정동영‘영남에서도 통하는 호남후보’ 노려
손학규 광주 전남 승리하면 다시 바람몰이
이해찬 정동영과 양자대결구도 내심 기대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 지역별 순회 경선이 29일 광주·전남, 30일 부산·경남에서 열린다. 특히 광주·전남은 대통합민주신당의 당심을 상징하는 지역이고, 부산·경남은 영남권의 기반 지역이라는 점에서 주말 4연전 결과는 전체 경선 판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1위를 달리고 있는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번 주말 대회전(大會戰)을 ‘대세론’ 굳히기의 기회로 삼고 있고,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1위 확보를 위한 ‘대추격’의 전기로 여기고 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확실한 3각 구도를 형성할 수 있는 찬스로 보고 있다.
정 전 의장 측과 손 전 지사 측은 서로 ‘꼼수정치 필패론’ ‘호남후보 필패론’으로 견제하고, 손 전 지사 측과 이 전 총리 측은 서로를 ‘노무현 대통령 대리인’ ‘한나라당 3등’이라며 ‘불가론’을 펴고 있다. 이 전 총리 측은 정 전 의장을 ‘신의를 저버린 사람’으로, 정 전 의장은 이 전 총리를 ‘독한 발언으로 민심 떠난 사람’으로 공격하고 있다.
▽정동영 ‘굳히기’=제주 울산 강원 충북 초반 경선 4연전에서 1위를 차지한 정 전 의장이 광주·전남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다면 ‘정동영 대세론’은 더욱 힘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호남(전북 순창)이 고향인 정 전 의장이 부산·경남에서까지 승리를 거둔다면 ‘호남 주자가 영남에서도 인정받았다’는 후광 효과까지 더해지고 남은 지역의 ‘밴드왜건(승자에게 지지도가 몰리는 현상) 효과’가 가세할 것이라고 당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정 전 의장 측은 “그렇게 된다면 중립을 지켜온 당 중진이나 동교동계가 경선에 개입해 다른 후보를 지원할 여지를 봉쇄할 수 있게 된다”고 기대했다. 남은 것은 다른 후보나 신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동영 본선 필패론’의 극복이라는 지적이다.
▽손학규 ‘대추격’=선거대책본부 해체라는 승부수를 던지고 벌판으로 나선 손 전 지사는 광주·전남에서 1위를 하고, 부산·경남에서 선전할 경우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이른바 민주개혁세력의 상징성을 지닌 광주 표심은 손 후보가 기대하는 수도권 선거인단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초반 경선 4곳의 패배를 만회하고도 남는다는 것. 또한 광주·전남의 승리는 ‘손학규 바람몰이’를 가능하게 하고 이는 모바일 투표와 여론조사까지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막판 대역전의 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손 전 지사 측은 28일 “광주는 팽팽한 접전이 예상되지만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며 기대를 보였다. 손 전 지사의 잠행으로 한때 술렁이던 지역조직이 제자리를 찾고 민심도 ‘손학규를 살려야 이긴다’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해찬 ‘버티기’=이 전 총리가 광주·전남에서 선전하고 부산·경남에서 1위를 차지한다면 이 전 총리로서는 이른바 빅3의 한 축을 확실하게 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 전 총리 측에서는 주말 대회전에서 손 전 지사가 종합 3위에 머문다면 ‘정-이’ 양자 대결로 경선 구도가 재편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이 전 총리로서는 자신의 고향(충남 청양) 지역인 대전·충남 및 수도권 경선에서 정 전 의장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계산도 하고 있다. 이 전 총리 측 관계자는 “솔직히 서울에는 정 전 의장 쪽 의원이 거의 없지 않느냐. 주말 대회전 결과를 보고 의원들이 우리 쪽으로 몰려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한편 당 지도부는 주말 대회전의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28일 광주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경선 흥행의 사실상 마지막 카드라 할 수 있는 모바일(휴대전화) 투표 시연회를 열기도 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 정동영 캠프
“10%P 이상 차이로 승리”지지 의원들 호남 총출동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측 정기남 공보실장은 28일 “그래도 광주·전남이다”고 말했다. 29일 광주·전남, 30일 부산·경남 경선이 있지만 방점은 광주·전남에 찍힐 수밖에 없다는 것.
이를 반영하듯 이날 광주·전남에는 양형일 염동연 우윤근 주승용 이영호 씨 등 지역구 의원들뿐만 아니라 장경수 장복심 의원 등 고향이 호남인 의원들까지 머물며 선거운동을 벌였다. 정 전 의장 측은 “광주·전남에서 10%포인트 이상 득표차를 벌려야 부산·경남 지역 지지자들이 심리적 자신감을 갖고 흥이 나서 투표장에 더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캠프에서는 결국 각 지역 의원들이 얼마만큼 자신의 지역 선거인단이 투표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느냐에 따라 2위와 격차를 벌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캠프 관계자는 “이른바 ‘이용희 효과’가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 경선에서 높은 득표율을 주도한 이용희 국회부의장 ‘따라하기’가 의원들 사이에 번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낙관하면서도 민주당 출신 의원과 지자체장들을 중심으로 손학규 전 경기지사 지지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초반 경선 4연전 승리 이후 손 전 지사와의 여론조사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가 최근 다시 줄어들고 있음을 경계하는 것이다.
또한 손 전 지사가 조직·동원 선거 논란을 틈타 ‘구태정치’ 이슈를 선점하고 나선 데도 신경을 쓰고 있다.
정 전 의장은 이를 의식한 듯 이날 부산 합동연설회에서 “경선 시작하고 2주일간 인간적으로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당했다”며 “중앙당 공정경선특위가 수십 명의 실사단을 보내 샅샅이 뒤졌고 이제 정동영의 누명이 벗겨졌다. 벗겨진 누명을 보상해달라”고 호소했다.
▽누가 돕나=정 전 의장 캠프는 ‘매머드 급’이다. 김한길 의원을 비롯한 대통합민주신당 의원 35명이 참여하고 있다. 최고 고문을 맡은 이용희 부의장이 캠프의 중심을 잡고 있다. 선거대책본부장은 이강래 박명광 문학진 의원과 조성준 전 노사정위원장, 윤흥렬 전 스포츠서울 사장 등이 공동으로 맡고 있다.
박영선(비서실장) 김현미 노웅래(대변인) 우윤근 서혜석(수행단장) 민병두(전략기획위원장) 정청래(홍보기획위원장) 양형일(정책위원장) 의원 등도 주요 역할을 맡았다. 정책 분야에서는 권만학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 류근관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김하수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 이종구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 등이 조언하고 있다.
핵심 참모 그룹으로는 양기대 공보특보, 이재경 전 국회정책연구위원(전략기획실장), 이평수 전 열린우리당 부대변인(수행실장), 이상호 전 열린우리당 청년위원장(국민통합추진본부 집행위원장), 김상일 공보팀장등이 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 손학규 캠프
“호남에 逆대세론 몰아쳐”오늘 광주 전남에 다걸기
28일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자 합동연설회가 열린 부산에서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 측 의원 5명이 손 전 지사를 보좌했다. 같은 날 광주·전남에는 의원 7명이 남아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투표를 독려했다. 그만큼 광주·전남에 ‘다걸기’한다는 의미다.
손 전 지사 측은 이날 광주에서 대대적인 마지막 세몰이를 했다.
오병문 전 교육부장관 등 이른바 광주·전남민주개혁인사 254인이 손 전 지사를 지지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데 이어 손 전 지사가 지난해 ‘100일 민심대장정’을 했을 때 교분을 쌓은 이 지역 시민 1110명도 지지선언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선거대책본부가 해체됐지만 손 전 지사를 돕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 소속 의원 26명도 지지성명을 발표했다.
손 전 지사는 이날 부산 합동연설회에서도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겨냥했다. 그는 “우리 경선에 경고등이 켜졌다. 패배주의가 만연하고 어차피 대선은 물 건너갔으니 당권이나 챙기고 공천이나 챙기자는 패배주의가 조직·동원·차떼기 선거의 불명예를 낳았다”고 거듭 주장했다.
손 전 지사 측은 “초반 경선 4연전 패배 후 호남에 한때 ‘손학규 회의론’이 돈 것은 사실이다”면서 “그러나 ‘정동영으로 될까’하는 역(逆) 대세론이 불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광주·전남 지역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조직이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 손 전 지사 측의 얘기다.
이호웅 전 의원이 조직을 총괄했고 동교동계인 설훈 전 의원은 상황실장을 맡았다.
전략·기획 파트에는 이근형(전 대통령 여론조사비서관), 서양호(전 행정관), 윤훈열(전 행사기획비서관), 이해식(전 열린우리당 서울시당 사무처장) 씨 등 청와대 및 열린우리당 사람들이 일했다.
서강대 제자 그룹의 정성운, 홍주열 비서팀장, 이윤생 메시지팀장, 경기지사 시절부터 함께한 이수원 TV토론팀장, 강훈식 전략기획실장, 이제학 2030위원회 부위원장, 공보팀의 배종호 언론특보, 김재목 공보실장, 이재희, 김주한 씨 등이 있다. 경기고 1년 선배인 송태호 전 문화체육부 장관과 이수영 전 교통개발원장 등은 손 후보의 지근거리에서 조언하고 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이해찬 캠프
“막판 勢몰이로 역전 가능”호남권 표심잡기에 총력
이 전 총리측 의원들은 28일 전남 지역 군·면 단위와 선거인단이 많이 등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광주 기아자동차 노동조합 등지까지 총출동했다. 전남 순천, 광주 북구가 지역구인 서갑원 강기정 의원 등이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변’이 가능한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캠프에 감돌았다.
이 전 총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에게 끝까지 신의를 지킨 정치인’임을 내세우고 있다. 이 전 총리는 28일 부산MBC 토론회에서 “대통령이 인기 없을 땐 비난하고 대립각을 세우더니 요즘 정상회담 잘 될 것 같으니까 거기에 기여한 듯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경선 레이스 1위를 달리고 있는 정 전 의장을 ‘신의 없는 정치인’으로 몰아세웠다.
이 전 총리가 TV토론회에서 쓰는 일부 전략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리측 관계자는 “27일 토론회에서 정 전 의장을 ‘참 나쁜 사람’이라고 한 것에 대해 이 후보가 ‘박근혜 후보가 한 것을 따라해봤는데 반응이 어떤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 전 총리가 꼼꼼함을 강조하기 위해 최근 ‘내 별명은 수첩왕자’라며 수첩을 휴대하며 홍보해온 것도 박 전 대표의 별명이 ‘수첩공주’인 것에 착안한 것.
한병도 서갑원 윤호중 유기홍 김형주 이광재 의원 등 그동안 흩어져 있던 친노 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전략 수행 홍보 조직분야에 참여하고 있고, 충청 출신 선병렬 양승조 의원도 각각 종합상황본부장과 대변인으로 활동 중이다.
허성관 전 행정자치부, 추병직 전 건설교통부, 이치범 전 환경부 장관 등 전직 장차관들과 박인환 전 국민일보 편집국장 등이 핵심 자문단으로 분류된다. 참모진으로는 이강진 전 국무총리 공보수석, 정태호 전 대통령정무비서관, 한태선 전 열린우리당 정책실장 등이 있다. 안희정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참여정부평가포럼 인사들도 아군 격이다.
부산=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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