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발표 이후 김정일 위원장 찬양 늘어=8월 1일 경찰과 국정원 등이 정보통신부에 친북 게시물 1660건을 삭제 요청한 이후에도 경찰이 9월 18일까지 추가로 발견한 친북 게시물은 525건이다. 남북정상회담 발표 이후 친북 게시물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 공안 관계자의 설명이다.
친북 게시물이 가장 많이 올라와 있는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홈페이지에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일 위원장 바로알기’ 시리즈를 게재하고 있다. 명목은 김 위원장에 대해 제대로 알자는 취지지만 “김 위원장 출생은 러시아가 아니라 북한이 주장하는 ‘백두산 밀영’이 맞으며, 김 위원장의 자리는 아버지에게서 세습된 것이 아니라 원로들에 의해 추대된 것”이라는 등 김 위원장에 대한 북한의 주장이 맞다는 취지의 내용이 주로 담겨 있다.
실천연대의 ‘운동권 토론’ 게시판은 김위원장과 선군정치 찬양 글로 거의 도배가 되어 있다.
실천연대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운동’ 사업이 지난해부터 비영리 민간단체 공익활동으로 선정돼 3년에 걸쳐 모두 1억 원의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다. 실천연대가 지난해 정부 보조금을 받아 발간한 책에는 북핵 문제와 통일 방안에 대해 일방적으로 북한의 의견을 대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정일장군연구서울시민위원회’의 명의로 올라오고 있는 ‘천출명장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리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백두의 담력으로 세계를 뒤흔드는 용장 중의 용장이며 청년시절에 이미 세계가 인정하는 다재다능한 사상이론가, 군사지략가가 되었다’는 등 김 위원장을 신격화하고 있다.
이 글은 단순히 해외 친북 사이트에서 퍼온 글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단순히 ‘구국전선’ 등 해외 친북 사이트의 친북 성향 글들을 퍼다 옮기는 것에서 벗어나 남한 국민 정서에 맞게 내용을 각색하거나 남한 내에서 자체 제작해 올리는 글도 생겨 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글이 시리즈로 올라오는 것도 하나의 새로운 경향이라는 게 공안관계자의 설명이다.
▽온·오프라인 연계 선군정치 올해 들어 활발=9월 7일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 남측본부 윤기진 의장은 홈페이지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선군정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글은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선군의 모범‘을 따라 반제반미 투쟁에 나서려는 기운이 높아 가고 있다”는 등 선군정치에 대해 찬양 논조를 띠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친북 성향의 단체들이 선군정치 1차 토론회를 연 뒤 올해 들어 온·오프라인에서 ‘북한 바로알기’라는 명목으로 ‘선군정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활동들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등의 단체들은 올해 4월 2차 선군정치 대토론회를 벌였다.
‘신 북한 바로알기 사업’을 올해 가장 중요한 단체 사업으로 정한 6·15 공동선언실천청년학생연대는 지난달 ‘북한의 선군정치’를 주제로 대학생 논문대회를 열기도 했다.
동국대 강정구 교수,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권오창 상임대표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논문대회에는 8개의 개인 혹은 대학 단체가 참가해 ‘선군정치와 청년 중시 노선’ ‘선군정치와 한반도 평화’ ‘선군정치와 군민일치’ 등의 글을 쓰기도 했다.
▽삭제 거부 단체를 반발=정통부의 한 당국자는 형사고발 시점에 대해 “1일 공식 조사에 착수해 1600여 건의 게시물 삭제 여부를 모두 파악하려면 최소 일주일 정도는 걸릴 것”이라며 “남북 정상회담과 무관하게 고발 시점은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와 재심의 과정에서, 그리고 삭제 명령 통보 전에 해당 사이트 운영자들에게 여러 차례 소명 기회를 줬기 때문에 별도로 추가 소명이나 해명을 들을 이유는 없다”며 이행 여부 조사 종료 직후 형사 고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30일 게시물 삭제를 거부한 10개 단체는 보도자료에서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을 목전에 둔 이 시점에도 국가보안법의 검열과 사상 통제가 변함없이 기승을 부리는 데 대해 규탄한다”며 정상회담의 남북 화해 무드와 맞물려 정통부의 방침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또 청와대가 이번 주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해외 친북 사이트 차단 해제를 약속할 경우 고발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북한은 여러 차례 우리 정부에 해외 친북 사이트 차단 해제를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대남투쟁을 선동하고 김일성 부자를 찬양하는 내용의 게시물이 여과 없이 국내로 돌아다니게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이 사안은 북한의 방송 개방이나 인터넷 자유화와 병행해서 추진될 일”이라고 밝혔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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