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 대통령과 金 위원장의 기회와 위기

  • 입력 2007년 10월 2일 03시 02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는 이번 정상회담이 기회이자 위기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과한 국가 보위의 책무를 성실히 수행할 거의 마지막 기회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수호 의지를 분명히 함으로써 퇴임 후라도 남북관계가 상궤를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도 회담 성과 못지않게 중요하다.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과욕을 부리거나, 흥행에 치중할 경우 나라 안팎으로 설 자리가 더 좁아질 것이다.

노 대통령은 7년 전 김대중 대통령 때와는 다른 환경에서 평양에 간다. 북은 작년 10월 9일 핵실험을 강행했다. 일주일 뒤면 꼭 1년이 된다. 북의 핵은 6·25전쟁 이후 한반도 최대의 위기요인이다. 그런데도 6자회담은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핵무기와 관련된 사항은 불능화 신고목록에 포함시키기 곤란하다”고 말해 다른 참가국 대표들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노 대통령은 임기 중 증폭된 핵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그것이 다른 어떤 의제보다 시급하고 중요하다. 북의 핵 보유를 막아 내지 못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생각이 아니라면 김 위원장에게 ‘얼굴을 붉혀서라도’ 할 말은 해야 한다.

김 위원장도 이번이 비핵화를 담보로 국가 재건에 필요한 인센티브를 얻어 낼 마지막 기회다. 냉전시절 미중(美中)관계 정상화를 이룬 미국 대통령은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이었다.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면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닉슨’이 될 수 있다. 국가의 사활이 걸린 문제는 제쳐 두고 한미 간을 이간질해 핵 포기 없이 남한의 지원이나 얻어 내려는 꼼수를 부린다면 결국 자멸(自滅)의 길이 앞당겨질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에서 ‘통 큰 외교’로 노 대통령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상대는 실질 임기가 3개월도 안 남은 노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다. 우리 국민의 인내심을 더는 시험하려 들지 말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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