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건너뛰고 군축 제의엔 응할 듯

  • 입력 2007년 10월 2일 03시 02분


정상회담 하루 앞둔 프레스센터 ‘2007 남북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 마련된 남북 정상회담 프레스센터. 국정홍보처는 한 영자신문사와 공동으로 외신기자를 위한 ‘정상회담 소식지(Summit News)’를 제작해 프레스센터에 배포했다. 김미옥  기자
정상회담 하루 앞둔 프레스센터 ‘2007 남북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 마련된 남북 정상회담 프레스센터. 국정홍보처는 한 영자신문사와 공동으로 외신기자를 위한 ‘정상회담 소식지(Summit News)’를 제작해 프레스센터에 배포했다. 김미옥 기자
■ 盧대통령 “평화정착이 최우선 의제”

‘평화협정 - NLL에 초점’ 다시 한번 강조

북측, 재래식 무기 감축 등 제안할 가능성

한나라 “북핵 해결 없는 평화정착 말장난”

《노무현 대통령은 1일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을 가장 우선적인 의제로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건군 59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 연설에서 “북핵문제 해결과 6자회담의 진전 등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이전과 다른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며 “앞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가 본격화되면 군사적 신뢰 구축과 평화협정, 나아가 군비 축소 같은 문제도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빼고 평화체제만 논의하나=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정착을 최우선 의제로 꼽은 것은 북핵 문제가 이미 해결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자신의 생각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핵문제가 해결 과정을 걷고 있는 만큼 다음 단계인 평화체제를 논의할 때가 됐다는 것.

노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청와대 기자간담회에서도 “평화협정이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라며 “이미 풀려가고 있는 북핵문제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서 말하라는 것은 가서 싸우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완전한 북핵 폐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북핵 폐기를 다루지 않고 평화체제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다.

정상회담에서 남한에 민감한 서해상 북방한계선(NLL) 재설정 같은 사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북한에 민감한 핵문제는 건드리지 않고 평화체제만 논의하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끌려가기 회담’이라는 비판도 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이날 “북핵 해결 없는 한반도 평화정착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정착의 핵심인 북핵 폐기에 대한 언급 없이 평화협정과 군비축소만 운운한 것은 한심한 말장난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보다 평화체제 문제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NLL을 평화수역으로 선포하고 비무장지대(DMZ)를 평화지역으로 설정하는 방안, 남북한의 포괄적인 군비 축소를 위한 ‘군축 공동위원회 설치’ 등을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 성공에 따른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번 정상회담에서 재래식 군비 감축, DMZ 인근 최전방지역 전력의 후방 배치, 병력 감축 등을 제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은 1950년대 중반부터 양측 병력을 조건 없이 동시에 10만 명 수준으로 줄이자는 제안을 해왔다.

정부는 북한이 재래식 군축을 제의하면 적극 수용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백승주 박사는 “북한이 군축을 제의하면 정부는 이를 추진할 남북 공동기구 구성을 역으로 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에서는 남북 경제협력, 이산가족 문제,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 문제 등도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태도와 다른 의제 언급=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정상회담 전에 구체적인 의제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던 정부 관계자들의 태도와 상반되는 것이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평화정착이 가장 중요한 의제’라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이날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 마련된 남북 정상회담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상회담에서 어떤 과제가 어떻게 논의될지 미리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도 지난달 28일 “정상회담 의제를 사전에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상 관례도 아니고 상대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라는 노 대통령의 언급을 전했다.

백종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지난달 27일 “정상회담도 일종의 협상이기 때문에 가시적인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구체적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동아닷컴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어가는 장면과 평양에 도착해 공식 환영식에 참석하는 장면을 로이터 WNS(world news service)를 통해 생중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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