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떴던 2000년, 차분한 2007년

  • 입력 2007년 10월 2일 03시 02분


핵 위협 - 퍼주기 논란에 국민 반응 덤덤

2000년 6월 14일.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두 손을 잡는 순간, 국내 방송사의 인터넷 생중계 사이트는 접속자들이 몰려 한동안 홈페이지가 다운됐다. 미국 CNN 방송은 이 과정을 모두 생중계했으며 대학생들은 학교 식당, 회사원들은 휴게실의 TV 앞에 앉아 감동을 나눴다.

당시 언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패션 스타일을 분석하기도 했으며, 김 위원장의 화끈한 화법 등이 공개되면서 일부 누리꾼 사이에 ‘김정일 신드롬’이 불기도 했다.

온 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7년. ‘2007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치권, 시민사회, 해외언론 등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다. 그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가장 큰 이유로 ‘학습효과’를 꼽았다. 반세기 만의 첫 남북 정상의 만남은 평화정착과 통일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게 했지만, 북한은 정상회담 이후 2002년 서해교전, 지난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을 통해 철저히 기대를 저버렸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10년 동안 북한을 향해 유·무형의 경제지원을 계속했지만 일각에서는 ‘일방적인 퍼주기’ 논란이 그치지 않았다. 특히 2003년 대북송금 특검으로 정상회담 뒷거래 사실이 밝혀지면서 정상회담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도 급락했다.

여기에 ‘신정아·변양균 게이트’ ‘정윤재게이트’ 등 대형 이슈도 정상회담에 대한 무관심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박순성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상회담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 대개 국민들이 예상할 수 있는 범위에 있다는 점, 눈앞에 닥친 대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점 등의 이유로 2000년에 비해 관심이 덜한 것 같다”며 “그러나 정상회담에서 평화, 통일, 경제 등에 관한 중요한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만큼 지속적인 관심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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