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위원장 ‘마중 장소’가 예우수준 척도

  • 입력 2007년 10월 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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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이 정리된 평양거리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2일 방북한다. 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앞둔 1일 평양 천리마 거리가 깨끗하게 정리돼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깨끗이 정리된 평양거리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2일 방북한다. 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앞둔 1일 평양 천리마 거리가 깨끗하게 정리돼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2박3일’ 北에선 어떤 일 벌어질까

숙소영접 예정 깨고 깜짝 등장땐 ‘회담 큰 기대’ 시사

아리랑 공연 ‘환영 카드섹션’으로 분위기 띄울수도

분계선 도보 통과는 ‘北에 대한 존경심’ 호도 가능성

남북 정상회담 기간(2∼4일) 동안 양측 정상은 최소 다섯 차례 만나게 된다. 그러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이번 회담에 어떤 무게를 부여할지, 노무현 대통령에게 어떤 대접을 할지는 미지수이다. 2박 3일의 방문 일정을 따라 몇 가지 관전 포인트를 살펴본다.

○환영 수준은 기대감의 반영

2일 노 대통령에 대한 예우 수준은 곧 북한이 이번 회담에 어느 정도 기대를 갖고 있는지를 가늠할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김 위원장이 노 대통령을 맞이할 장소.

현재의 남북 간 합의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숙소인 백화원 초대소에서 노 대통령을 영접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이 노 대통령에 비해 연장자라는 점과 이번이 2차 정상회담인 점도 이러한 예상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파격을 좋아하는 김 위원장의 성격으로 보아 군사분계선까지 나와 노 대통령을 맞이하는 ‘깜짝 이벤트’를 연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는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마중하기로 한 평양 시 입구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에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는 김 위원장이 그만큼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시사하는 동시에 회담 전망도 낙관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는 것은 북한 주민에게 그다지 큰 의미를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수십 년간 북한은 “김구 등 남한의 주요 인사들은 수령님(김일성 주석)을 만나려 사선(분계선)을 걸어서 헤쳐 왔다”고 주민들에게 선전해 왔다.

이번에도 북한은 내부적으로 “남조선 대통령이 걸어서 분계선을 넘은 것은 장군님에 대한 존경심의 표현”이라고 선전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정오경 평양에 도착한다. 과거 관례로 보아 평양 시내 환영 인파는 대략 오전 8시경 정해진 위치에 나와 10시부터 몇 차례의 예행연습을 할 것으로 보인다.

2000년 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평양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와 환영했다”고 말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런 행사는 며칠 전부터 행사 인원을 선발해 준비하며 당일에는 참석 여부도 체크한다.

3대헌장기념탑에서 백화원초대소는 평양의 끝과 끝이다. 서울로 치면 강서구에서 시작해 강동구까지 가는 셈으로 환영인파가 길게 늘어설 것으로 보인다.

○아리랑 공연의 효과와 함정

3일 핵심 일정은 5·1경기장에서 두 정상이 함께 아리랑 공연을 참관하는 순서다.

이 공연에는 출연자와 관객을 합해 수십만 명이 참가해 목청껏 환호하고 열광하고 눈물까지 흘릴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벤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대개 분위기에 압도당해 흥분하게 된다.

아리랑 공연의 마지막 부분에 노 대통령을 환영하는 내용의 문구를 담은 카드섹션이 등장할지 관심사다. 이런 카드섹션과 함께 두 정상이 함께 포옹하는 즉석 이벤트라도 벌어진다면 분위기는 최대로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 대통령을 비롯한 남측 대표단은 남한 내 정서를 감안해 ‘최대한 냉정한 태도를 보이자’고 내부적으로 다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런 열광의 도가니 속에서 어색한 표정만 짓고 있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김 위원장의 ‘통 큰 결단과 포용력’을 보여 주는 만찬이 인민문화궁전에서 진행된 뒤 예상대로라면 양 정상은 공동 선언문에 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회담의 하이라이트다.

다음 날인 4일 노 대통령은 2년간 수십만 명의 청년들이 동원돼 순전히 등짐으로 2000년 완공한 평양∼남포 사이의 청년영웅고속도로를 통해 남포로 향한다. 남포에서는 1986년 완공한 서해갑문과 남측이 투자해 건설한 평화자동차공장을 참관한다. 서해갑문과 청년영웅고속도로는 북한의 대표적인 토목공사 현장이며 건설 도중 사망자만 수천 명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상회담은 북한의 체제 선전 소재

노 대통령 일행의 방북 일정 하나하나는 앞으로 두고두고 북한 선전매체에 등장할 소재다.

한편으로 북한은 정상회담 전후 주민을 상대로 한 내부 강연을 크게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0년 정상회담 때도 마찬가지였다. 북한은 이번 정상회담의 경우 “장군님이 위대하고 공화국이 핵 강국이 되었으니 적들의 대통령이 제발 만나 달라고 애걸하면서 머리 조아리고 갖다 바치고 있다”는 식의 체제선전용 교육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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