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도 못정하고 시작… 출발부터 ‘불법 논란’ 예고
李측 “차떼기-박스떼기-콜떼기, 鄭측 3떼기” 비난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이 1일로 반환점을 돌았다. 하지만 대통합민주신당이 애초 내걸었던 ‘완전 국민경선’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경선 규칙은 오락가락하고 불법 동원과 조직 선거를 통제해야 할 당의 관리기능은 부실하기 짝이 없는 데다 투표율마저 저조해 국민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비판이 당내에서조차 비등하다.
▽고무줄 같은 이상한 경선 규칙= 1일 이해찬 전 국무총리 측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측이 ‘차떼기’(차로 선거인단을 동원해 투표하는 것) ‘박스떼기’(박스로 선거인 명부를 담아 대리접수하는 것)에 이어 모바일 투표를 무차별 대리접수하는 ‘콜떼기’에 나섰다고 비난했다. 선거 캠프에 콜센터를 차리고, 무작위로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인적사항을 말해주면 대신 접수해 놓겠다’고 유인하는 방법을 썼다는 것.
당 국민경선위에서는 당초 지난달 28일 이에 관한 신고전화를 받았으나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다른 주자 측에서 계속 문제 제기를 하자 구두로 정 전 의장 측 캠프에 ‘경고’를 했고, 하루 이틀 더 지나서야 공문을 보내 ‘모바일 투표의 당초 취지에 어긋난다’며 대리접수를 금해 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달 17일부터 접수를 시작한 모바일 투표는 당초 인터넷 인증을 받은 개인만 접수가 가능하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자발적 접수가 턱없이 저조하자 국경위에서 슬금슬금 ‘전화로 대리접수’하는 것은 양해하게 됐다. 이 때문에 불법접수 신고를 받고도 국경위가 초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선 룰이 제대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정 전 의장 측에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이 전 총리나 손학규 전 경기지사 측 의원들도 ‘그쪽에선 편법 동원선거를 하지 않느냐’는 물음을 받으면 “아무리 그래도 정도 문제”라는 군색한 대답을 하기 일쑤다.
이 전 총리 측 신기남 선대위원장 등이 1일 당 지도부를 찾아가 ‘정 전 의장의 동원 경선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요구하며 경선 일정 연기까지 거론한 것도 “경기 도중 룰 개정을 요구하는 선수와 같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실한 선거관리=신당은 9월 10일까지 접수된 선거인단 145만 명을 중앙선관위에 관리 위탁했으나 9월 30일까지 별도로 선거인단을 모집했다. 국경위 측은 현재도 이 명부들을 수작업으로 전산화하고 있어 정확한 총 선거인단 수는 해당 지역 경선 투개표일 직전까지는 알 수 없다.
지난달 초 예비경선 때 본보 등의 일부 당 출입기자 명단까지 무분별하게 대리접수된 것이 문제가 되자 오충일 당 대표는 거듭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국경위 이기우 대변인은 최근 “박스로 접수되는 서류들의 한 명 한 명 인적사항을 다 조사하기란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전수조사 방침 철회 의사를 밝혔다.
부산에서 특정 주자 측의 ‘차떼기’ 동원 경선 논란과 폭행시비까지 빚어진 것도 선거인단 수 늘리기에만 치중한 당 지도부의 관리능력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낮은 투표율=전국 16개 지역 중 현재까지 경선 투개표를 마친 8곳에서 평균 투표율은 19.2%에 불과하고, 신당이 ‘텃밭’으로 인식해 온 광주·전남 지역도 22.6%에 그치는 등 국민참여가 저조한 것은 대통합민주신당이 자초한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한나라당 경선 때는 상호 간의 자질 검증 공방 속에서도 ‘한반도 대운하’나 감세, 규제 완화, 기초질서를 잡자는 내용의 ‘줄푸세’ 등 최소한의 정책이슈가 유권자들에게 각인됐다.
하지만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선 애초에 후보 간 검증보다는 급조된 당의 정체성 속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관계 등에서 호남과 친노 세력의 지지 경쟁에 매몰되다가 민심과 유리된 경선으로 치달았다고 당의 한 관계자는 토로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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