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美방문 “경제에 집중”

  • 입력 2007년 10월 2일 03시 02분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오른쪽)가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던 중 안상수 원내대표의 얘기를 듣고 있다.이종승  기자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오른쪽)가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던 중 안상수 원내대표의 얘기를 듣고 있다.이종승 기자
부시 면담때 외교 문제는 가급적 언급 자제

‘양국 외교라인 유감 표명’ 주장 제기돼 논란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가 이달 중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의 만남을 앞두고 미국 방문의 초점을 ‘경제 외교’에 두고 세부 일정 조율에 들어갔다.

이 후보의 핵심 측근은 1일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에서는 한반도 관련 현안에 대해 대선 후보로서 적당한 수준의 언급이 주를 이루지 않겠느냐”며 “나머지 일정은 양국 경제 현안에 집중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2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이뤄지는 사상 초유의 한국 야당 대선 후보와 미국 대통령의 면담에서 정치·외교 행보가 ‘오버’할 경우 자칫 ‘이명박 대세론’에 대한 역풍이 불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대신 현 정부보다 상대적 우위를 가졌다고 평가되는 경제 분야에 집중해 차별화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이 후보 측이 면담 장소로 백악관만을 고집하지 않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이 후보는 부시 대통령 면담 외에는 대부분 경제 인사 면담 및 경제 현장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 우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미온적인 일부 미 민주당 의원들을 만나 한미 FTA가 양국에 미칠 긍정적인 효과 등을 ‘체험적’으로 강조해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확산시킨다는 복안이다.

미국의 경제 중심지인 뉴욕 방문도 추진 중이다. 이 후보의 핵심 측근은 “뉴욕 경제 리더들에게 규제 완화 등 친기업적 환경 조성에 대한 비전을 밝혀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면 외국인 직접 투자(FDI)를 끌어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다”고 했다. 미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과의 회동도 검토되고 있다.


촬영:김동주 기자

한편 이 후보의 부시 대통령 면담 계획이 알려진 뒤 한국 정부가 미 국무부에 면담 성사 경위를 묻고, 주한 미대사관 측에서 이 후보 측이 공식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은 것에 유감을 표명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가 면담과 관련해 어떤 지시를 내리거나 미국 측에 우리의 의견을 제시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우리 외교통상부가 비공식적으로 ‘아쉽고 유감이다’라는 정도의 항의 어린 얘기를 전해온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미 국무부와 주한 미대사관 등이 불쾌하게 여기고 있으며 우리 쪽에 유감을 전했다는 얘기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확한 면담 일정과 시간은 면담 1주일 전에 통보받기로 했으며 이 상황은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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