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신당, 전북서도 ‘명의도용’ 등록”

  • 입력 2007년 10월 5일 03시 01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경선 선거인단 등록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포함한 수백 명의 명의가 도용된 사건에 대해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전북지역에서도 명의 도용을 통한 무단 등록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는 4일 무단 등록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난 종로구의원 정인훈(45·여·사진) 씨로부터 명의 도용에 사용된 열린우리당 당원 명부를 대통합민주신당 종로구 지역위원회 소속 김 모씨에게서 넘겨받았다는 진술을 얻어냈다.

정 씨는 경찰에서 “김 씨로부터 800여 명의 명단이 적힌 명부를 받았다”며 “그러나 무단 등록은 단독 범행이었으며 노 대통령의 명의를 도용한 것은 단순 실수였다”고 주장했다.

정 씨는 이날 오전 경찰 조사를 받기 전 “노 대통령이 명단에 포함된 사실을 알았다면 (선거인단 등록을) 시키지 않았을 것”이라며 “명의를 도용한 것은 특정 후보를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경선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압수한 PC방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대통합민주신당의 선거인단 등록 업무를 관리해 온 인터넷업체 P사의 자료를 통해 정 씨가 아들 일행과 함께 PC방 2곳에서 노 대통령을 포함해 최소 522명의 명의를 도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정 씨가 PC방을 옮겨 다니며 오전 3시까지 선거인단 등록 작업을 하고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자신의 아들 등을 도피시킨 점 등으로 미뤄 또 다른 정당 관계자가 개입해 조직적으로 무단 등록을 사주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 씨는 “아들과 친구들을 강원 양양군의 한 해수욕장으로 보낸 것은 도피시킨 게 아니라 여행을 보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통합민주신당 관계자는 “선거인단 모집 초기에 선거 캠프의 지역 조직별로 얼마나 많은 선거인단을 모집하느냐를 두고 과잉 충성 경쟁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경찰은 5일 정 씨가 당원 명부를 입수하게 된 경위와 공모자에 대한 추가 조사를 한 뒤 정 씨에 대해 사(私)전자기록 위작 및 주민등록법 위반,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한편 민주당 전북도당은 이날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선거 후보자 경선 투표 안내문이 민주당 전북도당 사무처장과 전주시의원, 남원시의원 등 주요 당직자 20여 명에게 발송됐다”며 “이는 민주당 당직자의 명의가 도용된 것이 명백하며 대통합민주신당의 탈법적인 경선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연근 민주당 전북도당 대변인은 “현재 20여 장의 명의 도용 사례를 공식 확인했으며 현재 도당 차원에서 진상조사단을 꾸려 정확한 경위 파악에 나서고 있는 만큼 명의 도용 사례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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