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씨는 경찰에서 “캠프의 서울지역 국민경선 책임자인 김모 씨가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다고 해 3년 전부터 알고 지낸 정인훈(45·여·구속) 씨를 통해 정 씨의 아들 박모(19) 씨 등 대학생 3명을 소개해 준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작업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최 씨가 캠프 관계자에게 아르바이트생 모집을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리 서명 작업에 박 씨 일행 외에도 더 많은 대학생이 참여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박 씨 등이 정 전 의장 선거 캠프 사무실에서 구두(口頭)로 선거인단 신청을 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본인의 동의 여부를 확인한 뒤 선거인단 모집 용지에 서명을 대신하는 작업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명의 도용 작업을 도운 이모(18·여) 씨가 “정 씨가 정 전 의장 캠프 사무실에서 명의 도용에 사용한 명부가 담긴 노란 서류봉투를 들고 나왔다”고 주장하고 있어 정 전 의장 캠프가 명의 도용을 체계적으로 지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찰은 이날 이 씨 주장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정 씨와 대질신문을 하려 했으나, 정 씨가 변호사 없이는 진술할 수 없다며 조사에 응하지 않아 무산됐다.
경찰은 대통합민주신당 종로구 지역위원회 소속 김모(34) 씨가 정 씨에게 열린우리당의 옛 종로구 당원 4000여 명 중 800여 명의 신상자료만 건넨 것에도 여전히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김 씨는 “당시 기간당원(매달 당비를 내고 당내 공직후보 경선에 투표권을 가진 당원)인 800여 명의 명단만 건넸다”며 “8월 말 더는 필요가 없어 명부를 파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여전히 3200여 명의 명단도 또 다른 사람에게 건네져 무단 등록에 이용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자신이 사용하던 노트북에 있던 종로구 당원 4000여 명의 파일도 삭제하는 등 적극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도 또 다른 무단 등록을 숨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날 박 씨 등이 캠프 사무실에서 사용한 컴퓨터의 작업 내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 전 의장의 선거 캠프 측에 전달했으며 조만간 필요한 자료를 임의 제출 형태로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이날 김 씨에 대해 사(私)전자기록 위작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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