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진영 속내는?=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14일 경선 결과엔 무조건 승복한다”며 “(불법선거 시정을 위해) 우리가 내건 조건이 100% 충족되지 않더라도 할 수 없다. 나중에 캠프 차원에서 법적 문제제기도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전날 캠프에서 ‘전수조사’를 경선 정상화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운 것이나 ‘요괴’ 등의 극단적 수사로 정 전 의장을 비난한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는 다만 “정 전 의장이 대선후보가 되더라도 현 상황이 계속되면 민주세력 전체로부터 지지 동력을 얻긴 어려울 것”이라고는 했다.
이에 대해 신당 내에서는 이 전 총리가 ‘친노(親盧·친노무현) 신당 만들기’ 논란을 조기에 차단함과 동시에 경선 결과와 상관없이 향후 당 운영에서 입지를 확보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실제 이 전 총리는 이날 2008년 총선을 거론하며 “내년 2월이면 우리 당에서 공천을 할 텐데 그때도 이번처럼 터무니없는 불법 경선으로 후보를 뽑으면 우리는 궤멸한다. 판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내가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전 총리 본인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친노 신당 창당’ 가능성은 여전히 거론된다. 정 전 의장 측을 향한 캠프의 날선 공격은 오히려 수위를 높여 갔다. 이 전 총리 측은 이날 검찰에 정 전 의장 대변인 노웅래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노 의원이 7일 “이 전 총리 측이 9월 30일 부산 경선에서 1인당 1만 원씩을 주고 매표 행위를 했다”고 밝힌 내용이 허위라는 이유였다.
▽‘원천 무효 가능성’ 거론도=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이날 서울 명동에서 모바일투표 참여 캠페인을 벌이는 등 ‘진흙탕 공방’과는 다소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었다.
그 대신 손 전 지사 측 의원 20여 명은 이날 당 지도부를 면담해 “불법 요소가 제거되지 않으면 경선 자체가 원천무효가 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임을 강조했다. 정봉주 의원은 “사법기관 조사 결과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후보자격 박탈 등 강력한 제재가 결의돼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전했다.
이는 경선 결과가 나온 뒤 불복할 경우의 부담을 피하기 위해 미리 경선 무효화를 주장할 수도 있는 근거를 마련해 두려는 속내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당 국민경선위원회 이기우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만에 하나 뜻밖의 수사 결과가 나오면 경선을 연기하거나 다시 치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 측 핵심 관계자는 “선거인 명부에 이중 등록된 이름이 수만 건에 이른다는 것은 중대한 하자다. 이런 상황의 치유 없이 14일 경선은 매우 불투명하다”고 강조했다.
캠프 내부에서는 다만 여론의 역풍을 우려해 당 지도부가 불법 선거인단 의혹에 대한 문제제기를 일정 정도 수용하면 지체 없이 경선에 참여해야 한다는 ‘타협론’도 만만치 않다.
이 전 총리와 손 전 지사는 일단 9일 KBS 라디오 토론회에 참석하기로 해 ‘경선 연기 선언’ 일주일 만에 3자 토론이 성사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신당은 이날 모바일투표를 14일까지 3차례 불시에 진행한 뒤 매회 당일 오후에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