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일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했다는 말이다.
회담에 배석했던 백종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8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그 말을 나는 ‘카드’를 가져왔다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백 실장이 ‘체계’를 ‘카드’라고 생각한 것은 당시 김 위원장이 회담 장소에 30∼40장의 카드를 갖고 왔기 때문.
그럼 ‘체계’는 정말로 ‘카드’라는 뜻일까. 북한말의 ‘체계’에는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뜻 외에 ‘글의 구성에서 독자성을 가진 완결된 한 부분’(현대조선말사전, 북한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 엮음)이라는 뜻도 있다. ‘카드’라는 의미는 없다.
만약 김 위원장이 정말로 ‘체계’라는 말을 썼다면 이는 ‘메모용 빈 카드’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나도 꼼꼼하게 적어 왔다”는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카드’에는 회담의 주요 의제나 요구 사항, 답변 논리 등이 적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밀고 당기는 ‘협상’에 대비하기 위해 김 위원장이 ‘체계’를 이용해 ‘체계적으로’ 준비를 해 온 것으로 보인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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