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를 가져왔다”… 金위원장 회담때 카드 30~40장 준비

  • 입력 2007년 10월 9일 03시 04분


3일 오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대화하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오른쪽)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연합뉴스
3일 오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대화하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오른쪽)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연합뉴스
“체계를 가져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일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했다는 말이다.

회담에 배석했던 백종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8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그 말을 나는 ‘카드’를 가져왔다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백 실장이 ‘체계’를 ‘카드’라고 생각한 것은 당시 김 위원장이 회담 장소에 30∼40장의 카드를 갖고 왔기 때문.

그럼 ‘체계’는 정말로 ‘카드’라는 뜻일까. 북한말의 ‘체계’에는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뜻 외에 ‘글의 구성에서 독자성을 가진 완결된 한 부분’(현대조선말사전, 북한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 엮음)이라는 뜻도 있다. ‘카드’라는 의미는 없다.

만약 김 위원장이 정말로 ‘체계’라는 말을 썼다면 이는 ‘메모용 빈 카드’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나도 꼼꼼하게 적어 왔다”는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카드’에는 회담의 주요 의제나 요구 사항, 답변 논리 등이 적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밀고 당기는 ‘협상’에 대비하기 위해 김 위원장이 ‘체계’를 이용해 ‘체계적으로’ 준비를 해 온 것으로 보인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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