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김 위원장이 회담 말미에 "충분히 대화를 나눴으니 (연장) 안 해도 되겠다"며 일정 연장 제의를 철회했다는 그동안 정부의 설명과는 다른 것이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10일 서울 시내 음식점에서 열린 언론사 정치부장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이 같은 정상회담 뒷얘기를 소개했다.
이 장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3일 오후 회담 모두발언 때 비서를 불러 오후 날씨를 묻자 비서가 "비가 계속 내릴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오늘 일정을 내일로 미루고, 내일 오찬을 시간 품을 들여서 편안하게 앉아서 허리띠를 풀어놓고 식사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하루 일정을 늦추는 것으로 하시지요. 모레 아침에 가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라며 일정 연장을 제의했다.
노 대통령은 "나보다 더 센 데가 두 군데 있는데 경호, 의전 쪽과 상의해야 한다"며 즉답을 않자 김 위원장은 "대통령이 결심 못 하십니까. 대통령이 결심하시면 되는데…"라며 재촉했다.
노 대통령이 "큰 것은 제가 결정하지만, 작은 일은 제가 결정하지 못합니다"라고 하자 김 위원장이 "남측에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고 일정도 있을 테니 본래대로 합시다"라며 제의를 철회했다.
이 장관은 일정 하루 연장 발언에 대해 "우리도 손님이 왔을 때 '하루 더 묵고 가시죠'라고 인사치레를 하지 않느냐. 그런 차원이라고 보면 된다. 심각한 제의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 장관은 또 "우린 오후 회담을 다음날 하자는 것으로 알았지만 그런 뜻이 아니었다"며 "회담은 그대로 하고 아리랑 공연 관람, 식수행사 등의 일정을 늦추라는 거였다"고 말했다.
방북단은 오후 회담 후 6시 반부터 아리랑 공연을 관람할 예정이었다.
김 위원장은 "오침(낮잠) 하십니까"라고 갑자기 물은 뒤 "난 40년간 한 번도 안 했다"고 말했다고 이 장관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질의 순간 정확한 뜻을 몰라 망설이다 "잘 안 한다"고 답했다. 그래서 오후 회담 시작 시간이 예정보다 30분가량 앞당겨졌다는 것.
회담장에서 베이징(北京) 6자회담 결과를 설명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김 위원장에게 발언 허락을 받아 "핵 폐기의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와 핵의 평화적 이용이다"고 밝혔다고 한다.
한편 이 장관은 "정상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얘기는 없었다"며 "이면 합의도 없다. 단언한다"고 말했다.
'누가 종전선언을 위한 3, 4자 정상회담을 제의했느냐'고 묻자 그는 "회담장에서 나눈 얘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답하지 않았다.
이 장관은 정상회담의 후속조치 전망에 대해 "11월 총리 회담과 국방장관 회담에 이어 남북 경제협력공동위원회가 올해 안에 개최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러나 종전선언 시기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철기자 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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