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005년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제안했다가 역풍을 맞은 것에 대해 “(적을 향해) 수류탄을 던졌는데 데굴데굴 굴러 우리 진영에서 터져 버린 것”이라며 “아주 뼈아프게 생각한다. 앞으로 수류탄은 함부로 던지지 말아야 한다”고 회고했다.
노 대통령은 “내 전략이 보통은 ‘옳았다’라는 자만심이 만들어낸 오류”라며 “내 딴엔 건곤일척의 카드라고 던졌는데 그게 흑카드가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인터넷매체 오마이뉴스가 10일 보도했다.
노 대통령은 “(연정을 제안하면) 상대방이 상당히 난처해할 줄 알았는데 상대방은 일사불란하고 우리 쪽은 갑론을박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난데없이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연정을 들고 나와서 국민들이 ‘연정이 뭐요’하게 만들었고, 그 뒤에는 안 그래도 골치 아픈데 개헌까지 들고 나왔다”며 “일반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일들을 계속 꺼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제 시민도 전략을 가져야 되고 ‘연정’과 ‘합당’을 구별할 줄 알아야 된다. 그래서 지금 정치학 교과서를 쓰고 있다”고 말해 대연정에 대한 애착이 여전함을 시사했다.
노 대통령은 “내 처지에서는 내 정권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국가라는 제도가 중요한 것이어서 통 크게, 크게 한 번 바꾸려고 했다”며 “선거구와 정권을 맞바꾸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구상에 대해 “2004년 총선은 지게 돼 있다고 보고 여소야대로는 정국을 주도할 수 없다고 봤다”며 “노무현 정권인데 속은 그게 안 돌아가는 정권, 자동차 뚜껑은 벤츠인데 안에는 경운기 엔진이 들어가 있어 사람들이 ‘벤츠 저게 뭐야. 두드려 부숴 버려’ 딱 그렇게 돼 있었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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