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청와대는 노 대통령 사저를 10월 말 완공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공사는 이보다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에서 10일 본보 기자와 만난 노 대통령의 형 건평 씨는 “현재 사저의 지하층과 지상 1층 골조 공사가 거의 마무리됐으며, 준공은 계획보다 한 달 이상 연기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저 시공업체인 ㈜삼정 관계자도 “각종 규정을 지키기 위해 신경을 쓰다 보니 공사가 다소 지체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미 사저는 지붕이 얹혀져 주택의 형태를 뚜렷이 드러냈으며 창틀을 설치하는 등 마감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진·출입로 정비와 조경, 실내 장식 등이 끝나는 시기는 11월 말이나 12월 초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3991m² 터에 지어지는 노 대통령의 사저는 지하 1층, 지상 1층의 주택으로 건물 연면적은 933m²다. 청와대가 밝힌 공사비는 9억5000만 원.
이날 철제 펜스가 높게 둘러쳐진 사저 전면에는 키 6m 이상인 소나무 10그루가 심어져 있었다. 또 공사장 주변에서 인부들이 건물을 짓는 데 사용할 황토를 버무리고 있어 “(사저를) 친환경적으로 짓겠다”던 노 대통령의 말이 설계에 반영된 것으로 보였다.
노 대통령의 사저는 건물 가운데 부분을 비워 놓은 독특한 구조로 눈길을 끌었다. 이 공간은 채광이나 환기 등을 위한 것으로 추정됐다.
봉하마을에는 퇴임 후 노 대통령을 경호할 경호실 직원들의 숙소 등 여러 공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사저와 30여 m 떨어진 1157m² 터에 건설 중인 경호시설은 지하층 골조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날 봉하마을을 찾아 공사현장을 지켜본 관광객 박모 씨는 “지하층 깊이가 7m 정도 되는 것을 보니 일반 건물보다 훨씬 깊고 튼튼하게 짓는 것 같다”면서 “대통령 사저와 지하로 연결되는 것 아니냐”며 호기심을 나타냈다.
㈜삼정이 마을회관 바로 옆 2046m²의 땅에 지을 예정인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연립주택은 택지를 닦는 중이었다. 89∼323m²짜리 14채가 들어설 이 연립주택에는 노 대통령의 비서관이나 측근들이 입주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립주택 공사장에는 지하수를 파기 위한 굴착기가 설치돼 있었다. 이 때문에 최근 김해지역에서는 “봉하마을에 온천이 개발된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삼정 관계자는 “허드렛물이나 공사용수로 쓰기 위해 관정을 팠다”고 말했다.
봉하마을에 도시가스를 공급하기 위한 가스관 연장 공사는 이달 말 마무리된다. 이 마을의 도시가스 공급은 노 대통령 사저 건립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노 대통령의 고등학교 동기인 사업가 강모 씨가 올해 초 사들여 가등기해 관심을 끌었던 노 대통령의 생가에는 이 집의 전 주인인 하모(68) 씨가 그대로 살고 있었다.
이날 봉하마을을 둘러본 관광객 김모 씨는 “노 대통령의 ‘귀향’에 대비하느라 마을 전체가 공사장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해시는 봉하마을을 관광단지로 조성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용역을 의뢰해 놓은 상태다. 관광단지 조성계획은 다음 달 말 나올 예정이다.
한편 이날 마을 주변 저수지 옆 간이 휴게시설에서 친구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건평 씨는 “얼마 전 (한 주간지에) 나온 골프연습 관련 사진은 사실과 차이가 있다”며 언론 보도에 대해 불만을 털어놨다.
김해=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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