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당초 田원장 후임으로 변양균씨 검토

  • 입력 2007년 10월 1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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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감사원장 후보 시절 국회 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는 전윤철 원장.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03년 감사원장 후보 시절 국회 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는 전윤철 원장. 동아일보 자료 사진
청와대가 대통령 선거를 2개월여 앞두고 감사원장과 검찰총장 인선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대통령의 인사권은 헌법에 규정된 고유권한으로 이를 ‘법대로’ 행사하는 것이라고 청와대는 강조한다.

청와대는 검찰총장 인선과 관련해 “법 집행의 안정성과 검찰권 독립이라는 국정철학 기조에 따라 정상명 검찰총장의 임기에 맞춰 후임 인선에 착수했다”며 “정치적 시비 대상이 안 된다”고 했다.

특히 ‘체제 수호’ 기관인 검찰의 수장인 검찰총장은 업무 성격상 통치권자인 대통령과 ‘코드’가 어느 정도 맞아야 한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논리는 후임 대통령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는 반론에 직면하게 된다. 노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의 임기를 인정할 경우 차기 대통령은 자기와 ‘코드’가 맞지 않는 검찰총장과 일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임기제 공직자는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법이 정한 임기를 채우는 게 옳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은 각각 2년과 4년의 임기가 보장되지만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와는 달리 행정부에 속해 대통령의 지휘, 감독을 받는다.

검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행정부에 속하는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얘기하는 것은 공자님 말씀”이라고 했다.

김대중 정부 말기에 기용된 김각영 검찰총장은 노무현 정부 출범 한 달 만인 2003년 3월 물러났다. 새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았다는 게 중도 하차 이유였다. 핵심 요직인 검찰총장은 법에 규정된 임기보다 정치적인 판단이 우선하는 자리란 얘기다.

사정기관의 수장인 감사원장 자리도 다르지 않다.

청와대는 당초 전 원장 후임으로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변 전 실장이 ‘신정아 게이트’로 낙마하자 현 정부 초기에 양인석 감사위원을 승진 기용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검찰총장과 감사원장 인선을 강행함에 따라 노 대통령은 인사권으로 사정기관을 장악하려 한다는 지적과 함께 현 정부가 대선을 중립적으로 관리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나라당은 “대선에 개입하려는 의도”라며 즉각 반발했다.

한나라당 김학송 전략기획본부장은 “검찰총장은 공정한 선거 관리를 책임져야 할 사람이고, 감사원장은 국가 기강에 관련된 자리”라면서 “노 대통령이 검찰총장 등을 통해 대선에 개입하겠다는 뜻으로 강행한 인사를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반발해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점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논란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검찰총장 인사를 밀어붙인 것은 가깝게는 대선, 멀게는 퇴임 이후를 내다본 노 대통령의 정치 구상에 따른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범여권의 한 인사는 “우리 역사를 보면 새 정부가 출범한 뒤 전 정부의 각종 비리를 파헤치곤 했다”면서 “그래서 대통령의 임기 말에 검찰총장을 임명하는 것에 관심이 쏠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감사원장과 검찰총장 임명권을 행사하되 대통령 선거가 두 달여밖에 남지 않은 만큼 정치적 마찰을 줄이기 위해 대선 때까지 대행체제를 유지하는 타협안을 택해야 한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강경근(헌법학) 숭실대 법대 교수는 “노 대통령은 12월 19일 차기 대통령이 확정된 뒤 대통령 당선자와 상의해 임명하는 게 합리적이다”며 “대통령 직을 성실히 인수인계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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