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 동원력 vs 발품 동원력…신당 대선후보 선출 D-4

  • 입력 2007년 10월 1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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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 마지막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주자들이 연설에 앞서 원고를 손질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이해찬 전 국무총리. 김동주  기자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 마지막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주자들이 연설에 앞서 원고를 손질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이해찬 전 국무총리. 김동주 기자
8개 시도 경선 결과를 볼 때 ‘정동영 대세론’과 함께 싱겁게 끝날 듯했던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이 9일 휴대전화 1차 투표에서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승리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손 전 지사 측은 경선 판세를 ‘양자(兩者) 구도’로 굳혀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밀어내려 하고 있다. 친노(親盧·친노무현) 진영의 위기의식은 고조되고 있다.

▽남은 경선 관전 포인트=1차 투표에서 70%의 투표율을 보인 휴대전화 투표가 ‘이변’을 일으킬지 관심이다. 손 전 지사 측은 “대역전이 가능하다”며 휴대전화 투표가 반전(反轉)의 토대라고 자신한다. 그러나 나머지 투표인단 18만여 명 중 70%인 13만여 명이 투표한다 해도 후보 간 격차가 10%포인트(1만3000표) 이상 벌어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따라서 10일 현재 누적집계 1위인 정 전 의장과 2위인 손 전 지사의 표차(1만2629표)를 감안하면 휴대전화 투표만으로는 이변을 만들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1차 휴대전화 투표의 흥행이 8개 지역 경선에도 영향을 미쳐 지금까지보다 투표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역 경선의 투표율이 높아지면 ‘동원 표’가 아닌 자발적 투표자의 표가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 전 의장은 텃밭인 전북(선거인단 30만여 명)에서 다른 후보보다 최소 3만 표 이상을 더 얻을 것이라는 것이 당내 다수의 관측이다.

이들 남은 지역의 승부가 관건으로 대두되면서 각 후보 진영은 각자 우세하다고 판단되는 지역에 대해 조직 ‘총동원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촬영 : 김동주 기자

▽3위 고사시켜 양자구도로=정 전 의장과 손 전 지사 측은 ‘사표(死票) 방지심리’를 자극해 이 전 총리 측 지지표를 끌어 모으겠다는 전략이다.

정 전 의장 측은 이 전 총리 측이 불법 선거운동 문제를 계속 거론하면서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더라도 맞받아치지 않겠다는 자세다. 대립각을 세우지 않음으로써 주목도를 떨어뜨리겠다는 것.

정 전 의장 측의 핵심 관계자는 10일 “이 전 총리 측에서 어떤 공격을 하더라도 무시하기로 했다. 파열음도 없이 일방적으로 떠드는 싸움에 누가 관심을 가지겠느냐”고 말했다.

정 전 의장 측 대변인 김현미 의원은 “휴대전화 투표에서 2위를 한 게 지지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오히려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손 전 지사 측 역시 1차 휴대전화 투표에서 1위를 한 것을 계기로 정 전 의장과의 ‘1, 2위 싸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손 전 지사 측 대변인 우상호 의원은 “1차 휴대전화 투표에서 1위를 하면서 승기를 잡았다. 밀어붙여서 2차 휴대전화 투표에서도 1위를 하게 되면 분위기는 완전히 손 전 지사 쪽으로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서울 경기지역 합동연설회를 마친 뒤 경기 용인지역을 거쳐 대구를 방문해 지지를 호소했다.

▽패색 짙은 이 전 총리 캠프=이 전 총리 측의 한 핵심 인사는 이날 승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길 수 있겠느냐”며 속내를 털어놨다.

총력을 기울인 1차 휴대전화 투표에서 3위에 그쳤기 때문에 대역전을 할 만한 동력을 찾기 어렵다는 것. 또 14일 ‘원샷 경선’이 이뤄질 서울 경기 대전 충남 전북 등 8개 지역에서 확실한 우세지역을 찾기 어렵다는 게 이 전 총리 캠프의 자체 분석이다.

이에 따라 친노 인사들 사이에선 ‘경선 이후’ 당권 경쟁 및 내년 총선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 전 총리 측의 한 인사는 “어차피 어려워졌다. 얼마나 격차를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이 전 총리 생각은 경선을 완주해 조직력을 과시한 뒤 내년 총선을 대비한 세를 형성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신당경선 썰렁한 분위기속 마지막 합동연설회

정동영, 孫-李에 “같이 힘 합치자”

손학규, 수차례 “내가 신당 살린다”


촬영 : 김동주 기자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 주자들이 10일 썰렁한 분위기 속에 마지막 합동연설회를 가졌다.

1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의 참석자 수는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측 600여 명, 손학규 전 경기지사 측 300여 명, 이해찬 전 국무총리 측 200여 명 등 지지자와 캠프측 인사, 취재진을 합쳐 1500명에도 못 미쳤다.

정 전 의장은 손 전 지사, 이 전 총리를 향해 “다같이 힘을 합치자”며 구애공세를 폈고 나머지 연설도 대부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공격에만 할애했다. 객석에서는 ‘대선후보 수락연설회 같다’는 반응도 들렸다.

정 전 의장은 “정상적인 연설회를 갖도록 결단하신 두 후보께 뜨거운 박수를 보내 달라”며 “손 후보가 어제 휴대전화 선거에서 1등을 한 것을 축하한다”고 했다. 그는 “반칙, 귀족경제의 이명박 후보와 맞설 대항마는 5·18정신을 계승한 정동영”이라고 말했다.


촬영 : 김동주 기자

손 전 지사는 “자원봉사 정신으로 휴대전화 참여 캠페인을 벌인 손학규의 손을 국민이 들어 주셨다. 신당을 저 손학규가 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열린우리당, 민주당에서 새 길을 찾아 나선 분들과 행복한 가정을 만들겠으니 과거를 탓하지 말라. 제가 신당을 부자로 만들겠다”고 호소했다.


촬영 : 김동주 기자

이 전 총리는 정 전 의장을 향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후보로는 이명박 후보를 이길 수 없다. 이번 선거는 ‘반칙왕’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일부 정 전 의장 측 지지자들은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촬영 : 김동주 기자

이날 연설회 말미에 정 전 의장 측 외곽 조직인 ‘평화경제포럼’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사실이 알려지자 이 전 총리 측은 “사실이라면 단순한 명의 도용을 넘어 신용정보 유출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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