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국 헌법재판소장 “정치 갈등 사법적 심사 갈수록 늘어”

1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차 아시아 헌법재판관 회의에서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 등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 갈등과 충돌이 대화와 타협에 의해 해결되지 못하고 헌법재판소로 넘어와 사법적 심사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강국(62) 헌법재판소장은 1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차 아시아 헌법재판관 회의’ 기조연설에서 “근래 들어 헌재가 새로운 변화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같이 우려했다.

이 소장은 “이 같은 정치적 이슈와 사회적 갈등의 헌법 쟁송화 경향은 정치와 사법의 관계와 한계, 민주주의와 헌법재판의 정당성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우리에게 제기하고 있다”며 “헌법의 이념과 가치를 일관되게 수호해 나감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고 법 지배의 원칙과 자유민주주의가 더욱 확실하게 자리 잡게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소장의 발언은 공직선거법의 공무원 선거중립 조항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헌법소원 등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 소장은 이어 “국가의 권력 작용이 사법기관에 의해 헌법적 심사를 받게 될 때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최대한 보장될 것이며 자유민주주의는 더욱 확실히 뿌리를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헌법재판관 회의는 아시아 각국의 헌법재판소 간 상호교류와 협력을 도모하고 헌법재판제도에 관한 의견 교환을 목적으로 2003년 인도네시아에서 첫 회의가 열린 이후 매년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개최되고 있다.

11일까지 열릴 이번 회의에는 한국, 일본, 중국, 몽골 등 아시아 9개국과 유럽헌법재판소 의장국 리투아니아 및 독일, 호주의 헌법재판소장 및 재판관이 참석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