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구체적인 사용 계획을 밝히지 않고 ‘여유자금’ 명목으로 4116억 원의 남북협력기금을 내년 운용 예산에 배정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는 11일 회의를 열고 통일부가 제출한 ‘2008년 남북협력기금 운용 계획안’을 심사할 예정이어서 정부의 대북사업 추진을 위한 ‘묻지 마’식 예산 요구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가 국회 통외통위에 제출한 ‘2008년 남북협력기금 운용 방향 및 지출 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1420억 원이던 여유자금 운용 항목을 2700억 원 가까이 늘려 지난해의 3배 수준인 4116억 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통일부가 요구한 내년도 남북협력기금 총액 1조3398억 원의 30%가 넘는 금액이다.
통일부는 기금 운용 계획서에서 여유자금 규모를 크게 늘린 배경에 대해 “남북 정상회담과 6자회담 후속조치 등 예측 곤란한 기금 수요 발생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회 통외통위 관계자는 “사용처를 밝히지 않고 무조건 ‘도장’만 찍으라고 하는 것은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남북협력기금의 여유자금은 일반 사업에는 사용할 수 없는데도 통일부가 대폭 증액을 요구한 것은 일단 예산을 확보한 뒤 대북사업용으로 편법 사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북협력기금법 12조와 시행령 19조는 ‘기금의 여유자금은 △국채나 공채의 매입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 예탁 △금융기관에 단기 예치 △유가증권 매입에 사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10일 “남북협력기금 운용 계획을 9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했기 때문에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알 수 없어 일단 여유자금 항목을 늘려 예산 배정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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