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장관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정상선언 이행 종합대책위원회’ 회의 직전 기자들과 만나 ‘NLL이 영토선이 아니란 대통령의 발언에 이견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답변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정부 내에서조차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김 장관은 8월 국회에서 “NLL은 영토개념”이라고 했고, 남북 정상회담을 다녀온 직후인 5일 기자회견에서 “NLL을 지켜낸 것이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라고 자평했다.
김 장관은 북측이 NLL 재설정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11월 평양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NLL은 실질적인 군사분계선이라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겠다”고 이미 밝혔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11일 “NLL을 영토선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장관은 “대통령은 영토에 중점을 두고 말한 것이 아니라 NLL의 성격과 배경에 대해 얘기한 것이라고 이해한다”면서도 “예민한 질문을 하지 말아 달라. 곤란한 질문을 하지 말아달라”고 곤혹스러워했다.
그러나 김 장관과 같은 자리에 있던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분명한 것은 NLL이 영토선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노 대통령과 똑같은 발언을 한 뒤 “대통령은 NLL을 군사적 목적의 경계라고 보는 것이다. 영토 개념이 아니다. 전혀 다른 것이니까”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NLL은 영토선이 아니라는 대통령의 발언은 정리된 정부 의견이냐’고 묻자 “정부 내 이견이 없다. 나도 그렇고 국방부 장관도, 대통령도 이견이 없다”며 “보는 관점에서 차이가 있어 보이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NLL은 실제로 존재하는 선이다. 실제 존재하는 선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국방장관도 실제 존재하는 선이라고 인정하고 있다”며 김 장관의 답변 과정에 끼어들어 “NLL이 군사적 경계선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공감하고 있다”고도 했다.
두 장관의 사뭇 다른 태도가 논란이 되자 청와대는 “(NLL 관련) 정부 내 이견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각각이 처해 있는 주요 임무와 관계돼 우선적으로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큰 틀에서 이견은 없다”며 “김 장관은 국방부 장관으로서 강조하는 측면들이 있다. 국방부 장관의 경우 이 취지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천 대변인은 “NLL은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이라며 “어떤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이 선을 확고히 지킨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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