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15, 16일 각각 끝나지만 범여권 대선 구도는 여전히 유동적이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대선후보,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 사이의 ‘후보 단일화’ 추진이라는 산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의원들의 이합집산도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단기간에 수백만 명의 선거인단을 동원해 경선을 치르느라 각종 물의를 빚은 대통합민주신당이 경선이 끝나자마자 또다시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온다. 의석 141석의 원내 1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이 당 후보로는 대선 승리를 자신할 수 없어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쉽지 않은 후보 단일화=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은 대선 승리를 위해 범여권 후보 단일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자세다.
그러나 후보 단일화는 필요성과 대원칙만 서 있을 뿐 시기와 방법론 등 각론에서는 아직 ‘백지상태’나 다름없다. 방식과 시기에 따라 주자와 정파 간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게 범여권의 대체적 관측이다.
특히 14일 광주·전남 경선에서 사실상 후보로 확정된 민주당 이인제 의원의 경우 대통합민주신당 안에서 거부감이 상당한 상태. 민주당도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불법선거 논란을 수습하는 데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여 본격적인 후보 단일화 논의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간 후보 단일화보다는 독자 행보를 하고 있는 문 전 사장과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우선 추진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수도권 의원들 단일화 앞장설 듯=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로 유력한 것으로 드러나자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중심으로 모여 있는 수도권 386 의원들은 문 전 사장을 돕고 있는 이계안 원혜영 의원 등과 함께 당내에서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고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범여권 통합’을 기치로 출범한 대통합민주신당 창당 과정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뛴 세력인 데다 호남 출신의 정 전 의장만으로는 대선 승리가 불투명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386 세대인 김영춘 의원이 11일 탈당 선언을 하고 문 전 사장을 돕기로 한 것도 이런 386 의원들의 정서와 무관하지 않다.
이계안 원혜영 제종길 최재천 문병호 정성호 이종걸 의원 등은 12일 국회에서 모여 후보 단일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향후 단일화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를 논의했다.
그러나 손 전 지사 측 의원들이 경선 종료 직후부터 적극적으로 단일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움직이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손 전 지사 측의 한 의원은 “경선 종료 직후부터 단일화 얘기를 꺼내면 자칫 당선후보 흔들기처럼 보일 수 있다. 당내에서 문 전 사장 지지 의원들이 먼저 논의를 꺼낸 뒤 자연스럽게 뒤에서 돕는 형태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친노 의원들은 어디로=정치권에서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 측 친노(親盧·친노무현) 의원들이 독자 행보 대신 당권 장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독자 행보는 ‘경선 불복’이라는 낙인이 찍힐 가능성이 높아 부담이 크기 때문. 경선 과정에서 집결한 친노 세력을 기반으로 대선에 일정 부분 기여하면서 내년 1월 당 대표를 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 전 의장이 후보가 되더라도 한 표가 중요한 대선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경우처럼 당내에서 유력한 정치세력으로 존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당 경선 재판 우려=대통합민주신당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모든 문제는 결국 당 및 후보의 낮은 지지율을 선거인단 모집으로 만회하려는 데서 비롯됐다. 이는 민주당과 문 전 사장의 창조한국당(가칭)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서 70%대의 높은 투표율을 보인 휴대전화 투표 방식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휴대전화 투표 방식은 선거인단 모집이 필요하다는 점. 각 당이 선거인단 모집에 사활을 걸 경우 동원 및 조직 선거가 불을 보듯 뻔하다.
또 후보들이 다소 불리하더라도 승복하는 게 당 경선과는 달리 쉽지 않다는 점도 범여권 후보 단일화가 이전투구로 흐를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대통합민주신당의 한 관계자는 “숱한 물의를 빚으면서 막 경선을 마친 처지에 또다시 단일화를 하겠다는 것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지 걱정”이라며 “경선에서 겪은 문제점이 단일화 과정에서 재연되면 범여권은 총 한 번 못 쏘고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 일지:
△8.21=선거인단 모집 시작
△8.29=유령선거인단 논란 확산, 당 출입기자까지 동의 없 이 선거인단 등록 확인
△9.5=예비경선 컷오프 시행, 순위 뒤바꿔 발표해 논란
△9.15=본 경선 시작, 울산·제주 투개표 정동영 전 의장 1위
△9.16=강원·충북 투개표 정동영 전 의장 1위
△9.17=노무현 대통령 명의도용 본보 단독 보도
△9.19=손학규 전 지사 돌연 TV토론 불참, 자택칩거
△9.21=손 전 지사 경선 복귀, 선대위 해체
△9.29∼30=광주·전남, 부산·경남 정 전 의장 1위
△10.1=경찰의 노 대통령 명의도용 수사발표, 손-이 심야 회동, 경선 1주일 중단 주장
△10.3=당 지도부 14일 ‘원샷 경선’ 결정
△10.10=휴대전화 1차 투표, 손 전 지사 1위
△10.10∼11=여론조사
△10.12=휴대전화 2차 투표, 손 전 지사 1위
△10.14=서울·경기·전북 등 8개 지역 투표, 휴대전화 3차 투표
△10.15=후보자지명대회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