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문가인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보다 한 수 위였다”는 평가를 내놨다.
커밍스 교수는 최근 동북아 안보 전문 싱크탱크인 노틸러스연구소 웹사이트에 기고한 ‘김정일, 부시와 맞서 이기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최근 북한 핵 문제의 진전 과정을 이렇게 분석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가 초기 북한과 대화를 전면 거부하며 고집스러운 강경책을 폈지만 결국은 빌 클린턴 행정부 말기의 협상정책으로 돌아가 6자회담 2·13합의 등을 끌어냈다”며 “그 어느 행정부도 결론 도출에 이렇게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커밍스 교수는 “평양의 전략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2년가량의 경제 제재를 감수한 뒤 차기 미국 대통령과의 협상을 노리는 것이었다”며 “북한은 결국 핵 프로그램으로 지원을 얻어 내면서도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시키는 당초 목표를 성취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이 전략을 수정한 이유로 이란을 지목했다. 백악관이 이란을 북한보다 큰 위협으로 여기고 이란을 공격하려면 북한을 골칫거리로 만들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는 것. 또 북핵 문제를 협상으로 해결한다면 이란에도 핵 협상을 압박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했다.
커밍스 교수는 부시 행정부가 2002년 ‘악의 축’ 국가에 대한 선제공격 가능성을 밝힌 뒤 딕 체니 부통령 주변의 강경파들이 “북한을 폭격하자”고 주장했다고 언급했다. 또 미국이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관련 정보를 과장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북한 공격 시나리오가 나오자 노무현 대통령의 한 측근이 “미국이 한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북한을 공격하면 이는 한미동맹을 깨는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한 사실도 소개했다.
당시 원치 않는 전쟁에 휘말릴 가능성에 다급함을 느낀 남한 정부 관계자들은 워싱턴으로부터 ‘한국과의 협의 없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내려 계속 노력했지만 확답을 얻지 못했다고 커밍스 교수는 덧붙였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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