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의 고소·고발전이 시작됐다.
대통합민주신당은 23일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한나라당도 이에 맞서 국정감사가 이명박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법적 조치를 경고했다.
대통합민주신당 법률구조위원회는 이날 서울남부지검에 제출한 고발장에서 “정 의원이 BBK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김경준 전 BBK 공동대표의 귀국에 정동영 후보나 그 측근이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음에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논평을 내고 “한마디로 겁먹은 개가 마구 짖어대는 꼴”이라며 “국민이 제2의 김대업식 수법에 더는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후보에 대한) 무차별 흑색선전이 인내의 한계를 넘고 있다”며 “지금껏 자료를 전부 조사해서, 오늘부터 태도를 봐 가면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명예훼손이 있을 때는 숫자가 얼마든 법적조치를 취해 대선이 공정하게 되도록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미국 워싱턴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 씨 가족이 보유한 자금이 300억 원에 이르며, 일부는 스위스 은행에 예치돼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통합민주신당 최성 의원은 대정부 질의에서 “미 연방검찰은 스위스은행 비밀계좌에 1300만 달러 등 김 씨와 누나인 에리카 김 씨 등의 명의로 약 300억 원의 불법 돈세탁 자금이 은닉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핵심 관계자가 들려줬다”고 주장했다.
정상환 법무협력관은 답변에서 “미국 정부가 김 씨를 상대로 민사 몰수소송을 냈으며 소송대상이 된 전체 액수가 300억 원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 의원이 스위스 계좌의 존재를 기정사실화하며 실소유자가 누구냐고 계속 질문을 퍼붓자 정 법무협력관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스위스은행 계좌의 존재 여부는 모른다”며 “미 검찰이 낸 몰수소송은 대부분 한국에서 가져온 자료가 법원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해 1심에 패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은 “미국 시민권자인 김 씨의 송환 문제는 전적으로 미 국무부의 결정에 달린 문제인데, 주미대사관 감사장에서 국내정치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날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서는 ‘BBK 주가 조작’ 사건 관련자에 대한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이 충돌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증인 채택 무효 선언을 요구하며 자리를 비워 이날 정무위는 ‘반쪽 국감’으로 진행됐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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