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측 “몸값 올리기” 이인제측 “1대1 구도 노림수”
11월 초 ‘창조한국당’(가칭) 창당을 준비 중인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은 24일 “범여권 후보 단일화에 관심이 없다”면서 잠재적인 ‘단일화 파트너’로 분류되는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사퇴를 요구했다.
범여권에서는 문 전 사장의 발언을 ‘단일화 국면에서 몸값을 올리려는 전술’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단일화 대신 독자적으로 대선 레이스를 완주한 뒤 내년 총선에서 정치적 지분을 확보하려는 문 전 사장의 복안이 드러났다는 전제 아래 단일화 대신 다자(多者) 대결 구도 가능성에 대비한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다.
▽“낡은 이명박 정동영, 모두 사퇴해야”=문 전 사장은 이날 울산 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창조한국당 울산시당 창당대회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이 기존 정당을 부패와 실정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는 마당에 어느 정당과 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문 전 사장은 “뜻이 있는 인사들은 이리로 오면 된다. 국민이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할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으므로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같은 것은 필요 없다”면서 “절대 후보 사퇴할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부산 지역 기자간담회에서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함께 대통합민주신당 정 후보를 직접 거명해 “국민이 거부한 사람들”이라고 싸잡아 비판하면서 “낡은 인물은 이제 TV나 신문에서 물러났으면 좋겠다”고 직공했다.
▽정동영 이인제 측, ‘일단 무시 후 흡수’ 전략=문 전 사장 측 장유식 대변인은 “정동영 후보만 해도 국정 실패, 양극화, 부동산 문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과거에 대한 깊은 반성이 단일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 후보가 그동안 “(후보 단일화) 가능성이 99%라고 생각한다. 후보 단일화는 국민이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철저히 거기에 따르면 된다”고 말해 왔다는 점에서 단일화 무산을 전제로 하는 듯한 이날 발언의 배경을 둘러싸고 범여권은 진의를 파악하기에 분주했다.
정 후보 측 최재천 대변인은 “대통합의 실질적 주체는 국민이므로 국민이 다 결정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미 대변인도 “문 전 사장 측이 단일화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하는 말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일화 국면에서 지분을 챙기기 위한 전술적 제스처인 만큼 ‘무시 전략’을 통해 말려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캠프의 한 핵심 의원은 “문 전 사장이 ‘뭉쳐서 싸우라’는 지지층의 요구를 잘못 읽고 오버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 측도 문 전 사장의 이날 발언이 정 후보에 대한 차별화를 통해 범여권 내 경쟁구도를 자신과 정 후보 간 1 대 1 모양새로 만들려는 의도로 보고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 이기훈 대변인은 “아무 검증도 받지 않은 신기루 같은 후보가 범여권은 물론 전체 정치권을 폄훼하는 것은 오로지 ‘반사이익’만을 기대하는 얕은 술책”이라고 일축했다.
정 후보 측과 이 후보 측은 모두 11월 중순까지 자체 지지율을 25%대까지 끌어올려 문 전 사장의 ‘공격적 버티기’를 격파한다는 복안이다.
▽결국 지지율이 관건=하지만 범여권 내에는 문 전 사장의 ‘마이 웨이’를 전제로 “정동영-이인제 단일화만으로는 감동이 없으며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특히 문 전 사장의 발언이 단일화 대신 독자 출마를 통해 일정한 득표율을 대선에서 확보한 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범여권과의 통합 협상에서 정치적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범여권에서는 결국 11월 25, 26일 후보 등록 시점에서의 지지율이 단일화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정 후보가 빠르게 25% 가까운 지지율을 선점하고 문 전 사장이 10%대에서 정체된다면 문 전 사장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정 후보의 ‘끌어안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정 후보 지지율이 정체되고 문 전 사장이 10%대 후반까지 상승한다면 이번 대선은 결국 다자 구도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 동영상 촬영 : 김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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