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가 된 정 전 장관은 자이툰부대를 보는 관점이 2년 8개월 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그제 신당 의원총회에서 자이툰부대 파병 연장 반대론을 펴며 “전쟁터에 한국 젊은이들의 피를 내다 팔아 잘살면 된다는 식의 가치를 추구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한국군이 세계 용병의 공급원이 돼도 좋은지 대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의 자이툰부대 방문에는 대권을 노린 이벤트라는 비난이 따랐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을 겸하고 있기는 했지만 통일부 장관의 자이툰부대 방문은 소관 업무와 거리가 먼 것이었다. 당시 정부 내에서도 “자이툰부대가 국무위원과 정치인의 관광 코스가 돼선 안 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때는 자이툰을 이벤트로 활용하더니 이제는 반미좌파 표를 얻기 위해 뱉는 꼴이다.
▷자이툰부대에 대해 ‘도전을 이겨 내는 조국애의 실체’라고 칭송한 것을 잊고 ‘젊은 피를 파는 용병’으로 매도하는 것은 망발이다. 열사(熱沙)의 나라에서 목숨을 걸고 근무하던 병사들은 졸지에 돈에 팔린 용병이 됐다. 2005년 2월의 정 씨와 오늘의 정 씨가 정녕 같은 사람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우리는 수천억 원의 비용을 부담하면서 평화와 재건을 위해 이라크에 파병했다. 장관과 대선 후보는 다르다고 하지만 한 사안을 놓고 180도 달라질 수 있는가. 상황에 따라 말을 후딱 바꾸는 정 후보의 모습에 실망한 사람이 많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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