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후보 비판하느라… ‘우리 후보’ 이름 부를 일이 없다

  • 입력 2007년 10월 31일 02시 59분


대선을 50일 남겨둔 30일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서로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데 온 힘을 쏟는 모습이었다. ‘우리 후보의 정책이 상대 후보 것보다 낫다’고 주장하는 의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남의 당 후보 공격하느라 바빠=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국감대책회의 공개 부분에서는 정동영 대선 후보의 이름이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김효석 원내대표와 임종석 정봉주 김종률 의원이 돌아가며 발언했으나 모두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공격하는 말뿐이었다.

김 원내대표는 “BB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이명박 후보를 무혐의 처리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확인됐다”며 “검찰과 금감원이 전면 재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종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진실이 가까워질수록 이 후보의 거짓말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 때 원내대표실 안에는 정 후보의 정책을 설명하는 문구나 정 후보의 사진도 없었다. 그 대신 한쪽 벽에는 ‘이명박 후보 무엇이 두려운가’라고 쓴 현수막이 걸려 있고, 다른 쪽 벽에는 이명박 후보의 ‘5대 의혹’이 표로 정리돼 있었다.

같은 시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원내대책회의 역시 남의 당 후보 얘기가 주제였다. 이명박 대선 후보의 이름이 나오긴 했지만 정 후보를 공격하는 와중에 나온 것이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정 후보의 자질과 인격을 말해 주는 두 가지 사건이 있다”며 정 후보가 숙부 정모 씨에게서 하숙비 등 반환청구 소송을 당한 일과 2004년 3월 있었던 ‘노인 폄훼 발언’을 거론했다. 한나라당 원내대표실 안에도 이 후보의 정책을 설명하는 문구나 사진은 없었다.

그러면서 양당은 모두 국회 원내대표실 앞 복도에는 자당(自黨) 후보의 사진과 정책 구호를 꾸며놓았다.

▽국감장에서는 유치한 공방=이날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피감기관 현안과는 무관한 유치한 공방이 오갔다.

문화관광위원회 국감에서는 심재철 의원이 안정숙 영화진흥위원장에게 “정 후보가 ‘60, 70대는 투표 안 해도 된다’고 발언한 것을 영화의 한 장면에 집어넣어도 괜찮겠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통합민주신당 정청래 의원이 “심 의원이 MBC 기자 시절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정 후보가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서 심 의원을 살렸다”고 맞받으면서 때 아닌 ‘생명 은인’ 논쟁도 벌어졌다.

국가보훈처를 대상으로 한 정무위원회 감사에서는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정 후보 부친의 친일 의혹을 제기하자, 대통합민주신당 김재홍 의원이 “이 후보는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태어났으니 친일이냐”고 맞섰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 동영상 촬영 : 김동주 기자


▲ 동영상 촬영 : 김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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