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간염 혈액 알고도 유통…정신나간 적십자 혈액 관리

  • 입력 2007년 10월 31일 03시 00분


대한적십자사 직원이 검사오류가 발생한 사실을 알고도 B형간염 혈액을 유통시켰을 뿐만 아니라 사건 은폐를 위해 관련 자료까지 조작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대통합민주신당 장복심 의원이 적십자사에서 제출받은 ‘B형간염 바이러스 검사오류 관련 은폐 및 조작사건’ 자료에 따르면 2003년 5월 적십자사 대구·경북혈액원에서 헌혈 혈액을 검사하던 중 검체의 순서가 뒤바뀌어 B형간염 양성 혈액 5건이 음성으로 판정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검사 관계자 A 씨와 B 씨는 사고 발생 3일 후에 판정오류 사실을 알고서도 사용중지를 요청하지 않아 이후 환자 3명이 감염혈액을 수혈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수혈을 받은 환자 3명은 모두 사망해 이들이 B형간염에 감염됐는지에 대한 조사는 실시되지 않았다. 오류 사실을 알기 전에 수혈을 받은 환자 2명 중 1명은 B형간염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나 적십자사로부터 3000만 원의 위자료를 받았다.

특히 A 씨와 B 씨는 보관 중인 감염 혈액을 고의로 폐기하거나 혈액번호표를 바꾸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B 씨의 경우 ‘오류 사실을 발견하지 못해 보고하지 않았다’며 거짓 경위서를 제출했다가 지난해 2월 다른 직원의 제보로 연루 사실이 밝혀졌다.

장 의원은 “적십자사의 혈액안전 불감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A 씨와 B 씨에 대한 해임 조치가 사건 발생 3년도 넘은 올해 1월에야 내려진 것은 적십자사의 ‘제 식구 감싸기’ 행태를 보여준 것”이라며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적십자사 측은 “법원의 최종 판결에 따라 징계 수위가 결정되기 때문에 징계 절차가 늦어졌다”며 “판결 이전에 이미 관련 보직에서 해임했다”고 해명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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