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측 “선거 영향 막는건 대통령 거세와 같아”

  • 입력 2007년 11월 2일 03시 03분


1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중립 의무준수 요청에 반발해 낸 헌법소원의 첫 번째 공개 변론이 열렸다. 이날 노 대통령 측과 선관위 측 소송 대리인들은 주요 쟁점을 놓고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였다. 변영욱 기자
1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중립 의무준수 요청에 반발해 낸 헌법소원의 첫 번째 공개 변론이 열렸다. 이날 노 대통령 측과 선관위 측 소송 대리인들은 주요 쟁점을 놓고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였다. 변영욱 기자
盧대통령 ‘공무원 선거중립 헌소’ 첫 공개변론

선관위측 “부당한 영향 미칠 행위만 자제하란 뜻”

《“대통령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면 대통령을 ‘거세’하는 것과 같다.”(노무현 대통령 측)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금지하는 선거법 조항이 지나치다고 볼 수는 없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측) 노 대통령이 중앙선관위의 선거 중립 의무 준수 요청에 반발하며 낸 헌법소원에 대한 첫 공개 변론이 1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선관위는 6월 2일 노 대통령의 참여정부평가포럼 발언, 같은 달 8일 노 대통령의 원광대 특강 등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선거법 9조 1항 위반으로 판단하면서 선거 중립 의무 준수를 촉구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자연인 노무현’ 명의로 같은 달 21일 헌법소원을 냈다.》

▽대통령에게 선거중립 의무 있나=선거법 9조 1항은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대해 노 대통령 측 참고인 정태호 경희대 법대 교수는 “도대체 대통령의 어떤 행위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대통령조차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일체의 행위를 할 수 없다면 대통령을 거세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 측 참고인 노동일 경희대 법대 교수는 “정치활동 가운데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만 자제해 달라고 한 것이므로 대통령만 예외일 필요는 없다”고 반박했다.


촬영 : 변영욱 기자

▽헌법소원 낼 자격 있나=대통령이 헌법소원을 낼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양측의 의견은 뚜렷하게 갈렸다.

선관위 측 소송 대리인 황도수 변호사는 “선관위가 대통령에게 보낸 문서의 상대방은 국가기관인 대통령”이라며 “국가기관에 법령 준수를 요청한 것에 대해 헌법소원을 할 수는 없으며 노 대통령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대통령 측 소송 대리인인 고영구 변호사는 “대통령은 국가기관, 정치인, 정무직 공무원, 국민으로서의 지위를 함께 갖고 있다”며 “선관위의 경고를 위배한다는 위험을 부담하고 발언해야 한다는 것은 정치인으로 대통령의 활동에 실질적인 제한이 된다”고 밝혔다.

▽청와대 “선관위는 사법기관 아니다”=청와대는 1일 대통령비서실 명의로 청와대브리핑에 올린 ‘노무현 대통령은 왜 헌법소원을 제기했나’라는 글에서 “선거관리위원회는 사법적 판단을 내리는 기관이 아니다. 사법적 성격의 선관위 결정이 대통령의 정치적 기본권을 제약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선관위의 결정에 대통령이 이의를 제기하자 선관위 결정에 승복하라며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러나) 잘못된 비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강경근(헌법학) 숭실대 법대 교수는 “대통령과 청와대가 야기하는 법 논쟁은 늘 변형적인 법 해석에서 기인한다”며 “헌법이 규정하는 선관위의 헌법적 지위와 헌법적 권한 자체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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