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1일 발표된 일부 여론조사 결과 이 전 총재가 출마한다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제치고 2위로 올라서는 것으로 나오면서 이 후보 측도 긴장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당사에서 전국 당원들과 화상회의를 한 뒤 “우리는 과거를 딛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며 당의 화합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 동석했던 이방호 사무총장은 10여 분 뒤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이 전 총재를 정조준하며 전면전을 선포했다.
그는 “이 전 총재는 2002년 대선 패배 직후와 불법 대선자금 수사 과정에서 국민과 당원에게 ‘내가 죄인이다’라고 했는데 이는 지금도 유효하다”며 “이 전 총재가 언제 사면받았는지 대답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2002년 대선자금 중 잔금의 처리 과정과 용처를 명백히 밝혀 의혹을 풀어야 한다”며 “최병렬 전 대표가 대표 재직 시절(2003년 6월∼2004년 3월) 잔금의 용처 등에 대해 (주변에서) 듣거나 제공받은 정보를 자필로 깨알같이 적은 수첩을 본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총장은 “(정치적) 폭발력을 갖고 있는 이 수첩 내용은 이 전 총재가 연관될 수 있다고 본다”며 “당시 최 대표는 ‘충격적인 내용이며 이것을 국민이 알면 어떻게 될까’라고 말한 적이 있다. 최 전 대표는 이 수첩을 즉시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부산고 선배인 최 전 대표의 핵심 측근 중 한 명으로 통했다. 그러나 최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수첩이 있는지는 내가 나서서 얘기할 것은 아니고, 지금으로서는 별로 할 이야기가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또 “차떼기당의 책임자라는 사람이 무슨 생각으로 대선 재출마라는 소용돌이의 한복판에 설 수 있는지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총장의 얘기가 알려지자 이 후보는 곧장 나경원, 박형준 대변인을 통해 잇달아 “전혀 의논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측근들에게는 “(이 총장이) 생긴 것도 무뚝뚝하게 생겨서 아무 말이나 함부로 해서 되느냐” “그런 이야기를 안 했어야 하는데, 시와 때를 가려 해야 하는데…”라며 역정을 냈다고 한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이 전 총재의 재출마가 기정사실이라는 전제 아래 이 후보는 여전히 이 전 총재를 예우하면서 정치적 명분을 쌓고, 참모들은 이 전 총재를 공격하는 강온 양면 작전을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다음 주초로 구상했던 이 전 총재에 대한 공격 개시 시점이 예상치 못하게 당겨져서 후보가 역정을 낸 것으로 본다”며 “이 전 총재에 대해서는 이 총장이 (이 후보와) 교감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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