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매트릭스’세계에 간 것 같아
북한에 다녀온 서방 관광객은 무엇을 보고 돌아올까.
통제 속에 부분적 개방의 길을 걷고 있는 북한에서 외국의 외교관이나 기업인, 언론인의 평양 방문은 이제 새로울 것도 없다. 1일 발간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올해만 보통 관광객 2000명이 평양을 다녀올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투어 뉴코리아관광 등 웹 사이트를 갖고 있는 여행사들이 가장 많이 판매하는 관광 상품은 2300달러짜리 3박 4일 상품이다. 중국 베이징(北京)∼평양 항공료와 4성급 호텔 숙박비, 식사가 포함되며 비자 수수료 및 입장료는 별도다.
북한이 언론인의 일반 관광 참여를 제한하는 가운데 최근 ‘페이스북닷컴’처럼 일반인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사이트에 올라온 ‘평범한’ 관광객들의 방문기가 눈길을 끌고 있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미국인 캐럴 레커트 씨는 한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악의 축’ 국가라지만 평양 시민은 친절했다. 그러나 모란봉 개선청년유희장에 설치된 롤러코스터엔 안전띠조차 없었다”고 썼다.
누리꾼들이 공통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장면으로 꼽는 것은 10만 명이 한몸처럼 움직이는 아리랑 집단체조. 한 누리꾼은 페이스북닷컴에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을 그린 이 놀라운 집단극은 남북 분단의 현실을 말하는 것 같았다”는 인상기를 올렸다.
주민들이 한결같이 달고 있는 김정일 김일성 배지나 김정일화(花)라는 꽃이 흥미롭다는 글, 10년 전 사망한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추모 우표가 우체국에서 팔려 놀랐다는 글도 눈에 띈다.
이코노미스트는 “코가 큰 미군이나 찡그린 일본인 모양의 과녁에 석궁을 쏘는 사격장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기사가 실린 날은 신문을 접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 흥미로웠다”는 누리꾼의 방문기를 소개했다.
이런 관람기에 붙는 댓글도 다양하다. 런던에 사는 윌 스트래드펠리스 씨는 “북한을 관광하면 영화 ‘매트릭스’에서 경험할 만한 일들을 맛볼 수 있다고 들었다. 꼭 가보고 싶다”고 썼다. 미국인 캐롤린 웨스토트 씨는 “관광객들은 반드시 ‘정치범 수용소도 가보고 싶은데 가능한지’ 물어봐야 한다”는 댓글을 남겼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