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휴전선도 영토선 아니라고 하든지…”

  • 입력 2007년 11월 3일 03시 22분


서해교전 유가족-연평도 주민, 盧대통령 NLL발언에 격한 반응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서해교전 전사자 유가족들과 서해 연평도 주민들은 2일 “대통령은 나라의 안정에나 노력해 달라”며 격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노 대통령은 1일 제51차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회에서 “NLL이 합의된 선이라면 장병들이 아까운 목숨을 잃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유가족과 주민들은 NLL은 영토선이 아니라고 했던 지난달 11일 노 대통령의 발언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며 격해진 감정을 쉽사리 억누르지 못했다.

고 황도현 중사의 아버지 황은태(60) 씨는 이날 “NLL과 관련된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영토나 국경선 개념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는 게 증명된다”며 “이참에 아예 휴전선과 독도도 영토선이 아니라는 논리를 펴지 그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 윤영하 소령의 아버지 윤두호(65) 씨는 “솔직히 NLL에 대한 대통령의 얘기는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 잡음으로만 들린다”며 한숨을 쉬었다.

고 한상국 중사의 아버지 한진복(62) 씨는 “이제 말년인데 (전사자 유족들이 상처받는) 민감한 부분은 건드리지 말고 나라를 안정시키는 데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노 대통령이 서해교전 전사자들에 대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냉소적인 반응까지 보였다.

고 서후원 중사의 아버지 서영석(54) 씨는 “한 번도 우리 유족들을 위로하지 않던 분이 갑자기 그런 표현까지 쓰는 것도 어색하고 혼돈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꽃게 조업을 마치고 돌아온 인천 옹진군 연평도 주민들의 반응도 싸늘했다.

주민 박재복 씨는 “NLL을 생명선으로 알고 살아온 연평도 주민들에게 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라고 자랑하는 공동어로구역 설정과 같은 것은 필요 없다”며 “제발 대통령께서는 조용히 남은 임기만 마무리해 달라”고 말했다.

최율 연평도주민자치위원장은 “대통령 논리에 따르면 더는 연평도나 백령도에 군대가 주둔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며 “국민 대다수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비정상적인 발언에 대해 대꾸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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