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설로 박근혜 전 대표의 거취가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박 전 대표의 측근인 김무성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2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전 총재의 출마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2001년부터 1년 4개월간 총재 비서실장으로 이 전 총재를 보좌했던 김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 경선 캠프에서 조직총괄본부장으로 좌장 역할을 했다. 그는 “경선 승복을 선언한 박 전 대표도 이 전 총재의 출마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고위원으로서 당 화합을 위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 전 대표의 다른 측근들도 “양측의 연대 가능성은 없다”는 견해를 보였다. 현 상황에서는 박 전 대표가 이 전 총재를 지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김 최고위원은 “이명박 후보 측이 높은 지지율을 믿고 당 화합에 소홀해 이 전 총재에게 빌미를 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는 생물이니까 어떤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여운을 남겼다. 김 최고위원과의 일문일답.
―이 전 총재의 출마에 왜 반대하나.
“이 전 총재가 개인적인 노욕 때문에 출마를 고심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 전 총재는 우파의 집권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보고 골프로 치면 잠정구를 쳐 놓으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적전 분열이 돼서는 집권이 가능하겠나. 이번만큼은 우파세력이 단결해 좌파정권 10년을 종식시키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절체절명의 과제다.”
―박 전 대표와 이 전 총재의 연대 가능성은….
“현재로선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박 전 대표는 경선 패배 이후 승복 선언을 했고 이는 아직 유효하다. 박 전 대표는 원칙주의자다. 한나라당 소속이기 때문에 한계도 분명하다. 국민도 박 전 대표가 민주주의 룰을 지키는 것을 원할 것이다.”
―‘현재로선’이라는 말의 의미는….
“현재는 그럴 단계가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이니까 어떤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 동영상 촬영 : 이종승 기자
―박 전 대표 지지 세력이 이 전 총재 출마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나.
“경선 이후 이 후보 측은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당직 인사, 시도당위원장 선거에서 박 전 대표 세력을 받아 주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자 대구 경북(TK)과 충청권에서 박 전 대표와 비슷한 지지 기반을 갖고 있는 이 전 총재가 출마한다니 그쪽으로 마음이 쏠리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이 전 총재의 출마가 일종의 돌파구가 된 것이다.”
―서청원 전 대표 등 박 전 대표 경선 캠프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이 전 총재를 만났는데….
“그분들과 이야기해 봤다. 이 전 총재를 지원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이재오 최고위원을 향해 ‘오만의 극치’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어제 이 최고위원이 내가 최고위원이 된 것을 축하하는 전화를 해왔다. 이 최고위원이 ‘협조해서 잘해 나가자’고 하더라. 그렇다고 이 최고위원의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경선에서 패자에 대한 배려와 실체 인정이 부족하지 않았느냐. 상대를 인정하고 박 전 대표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인식을 해줬으면 좋겠다.”
―이 최고위원의 2선 퇴진을 요구할 것인가.
“나에게는 당을 화합시키는 역할이 주어졌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측) 강경파들은 이 최고위원의 퇴진을 계속 요구할 수도 있다.”
―당 화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다음 주초 박 전 대표 지지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할 계획이다. 그 자리에서 당 화합을 강조할 것이다. 이 후보 측에 요구할 것은 요구하겠지만 당원으로서 할 도리는 다 하자고 할 것이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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