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이방호 사무총장이 2002년 대선자금 잔금을 둘러싼 이 전 총재 관련 의혹을 제기했던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 후보는 이날 경남 진해 해군작전사령부 방문 도중 기자들과 만나 “이 전 총재는 아직도 한나라당이 정권 교체를 하는 데 함께 힘을 모아야 할 상대”라고 말했다. 전날 이 총장의 폭로에 대해서는 “화합하려는 강한 의지로 노력을 해야지 그렇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 후보는 특히 박근혜 전 대표가 ‘오만의 극치’라며 이재오 최고위원을 비판한 것에 대해 “당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할 수 있다. 순간적인 발언인지는 몰라도 충분히 그렇게 얘기할 수 있다”며 박 전 대표를 옹호했다. 그는 이어 경남 진주시 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당원 교육에서 “한나라당의 승리를 막는 사람이 있다면 역사를 그르치는 것”이라며 “역사적 길 앞에 우리 모두는 다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엇비슷한 시간, 서울에서는 이 후보 측근들이 이 전 총재에게 날을 세웠다.
경선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김덕룡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두 번의 대선에서 진 것은 이 전 총재 본인과 가족 때문”이라며 “이인제 씨의 전철을 밟는다면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명분이 없기 때문에 결국은 국민이 (이 전 총재의 재출마를) 가만 두지 않을 것”이라고, 나경원 대변인은 “이 전 총재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지지율) 거품이 급속히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 동영상 촬영 : 동아일보 사진부 신원건 기자
▲ 동영상 촬영 : 동아일보 사진부 이종승 기자
이 총장은 이 후보의 ‘만류’에도 “대선자금 관련 의혹이 있는 이 전 총재가 출마하면 얼마나 더 큰 파장이 있겠느냐. 그런 것을 고려해 처신하라는 경고의 메시지였다”며 강공 모드를 유지했다.
한편 김명주 이계진 이주호 정진섭 의원 등 당 소속 초선 의원 39명은 이날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이 전 총재의 재출마를 만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는 지금껏 지켜 온 명분과 원칙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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