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렬 올 5월 “대선잔금 154억 이회창측으로 갔다”

  • 입력 2007년 11월 3일 03시 22분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가 2002년 불법대선자금 모금과 잔금처리 과정 등을 메모한 ‘수첩’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관련된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가 2002년 불법대선자금 모금과 잔금처리 과정 등을 메모한 ‘수첩’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관련된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 ‘최병렬 수첩’ 뭐가 적혀 있기에… 관심 증폭

이방호 “잔금 사용처 등 여러 의혹 자세히 기록”

일부선 “확인 안된 검찰정보-자체조사 모은 것”

한나라당 이방호 사무총장이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 가운데 잔금에 대한 용처가 최병렬 전 대표 수첩에 적혀 있다고 1일 밝힘에 따라 이른바 ‘최병렬 수첩’ 내용과 대선자금 잔금 용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수첩은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한창이던 2003년 말 최 전 대표가 자체 조사를 통해 불법자금 용처에 대한 보고 내용을 깨알같이 적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장은 “대선자금 잔금 처리와 관련된 여러 의혹이 자세히 적혀 있다. 나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 당시 대선자금 잔금 154억 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그 용처가 알려진 것과는 다르다는 게 한나라당 주변의 얘기다. 당시 검찰 조사 결과를 보면 잔금 가운데 138억 원은 기업에 다시 돌려주고 나머지 16억 원은 당에 남겨 놓은 것으로 돼 있다.

최 전 대표는 수첩에 적힌 내용을 근거로 2004년 2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불법 대선자금의 중심에 이회창 전 총재가 자리하고 있다”면서 ‘이 전 총재와의 단절’을 선언했다. 최 전 대표의 기조 발제문 초안에는 “이 전 총재는 불법 대선자금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감옥에 가겠다고 밝혔는데 지금이 그 시기라고 생각한다”는 대목이 들어 있었다.

최 전 대표는 이후 사석 등에서 발언 배경에 대해 ‘정말 어마어마하다. 공개되면 다 죽는다. 다 살기 위해서 한 사람(이 전 총재)이 감옥에 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최 전 대표는 이후에도 대선자금과 관련해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있음을 암시해 왔다.

그는 5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에 들어온 돈 중 154억 원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그 돈이 다시 이 전 총재의 측근 서정우 변호사에게로 나갔다”고 말했다. 자신이 뭔가 특별한 정보를 갖고 있다는 뉘앙스였다.

최 전 대표는 1일 통화에서 수첩 공개 여부와 관련해 “(공개)하더라도 내가 하는 것이다. 사전에 양해도 없이 (이 총장이) 그렇게 말할 수 있느냐. 뭐가 급해서 난리냐”고만 했다.

이명박 대선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고문인 박희태 의원도 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대선자금 잔금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과거부터 이야기가 좀 있었다. 2003년 1월부터 내가 한나라당 대표로 5개월 동안 일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그 당시에 들은 이야기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잔금 용처 정보의 신뢰성과 폭발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검찰에서 흘러나온 정보와 자체적으로 조사한 내용을 수집한 것이어서 확인 작업을 거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 전 총재의 이흥주 특보는 “대선자금 문제는 이 전 총재의 걸림돌도 족쇄도 아니다”라며 “대선자금은 한나라당의 원죄이자 당 소속 국회의원 및 당직자 모두의 책임이고 죄”라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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