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7일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의 정직성 문제와 국민의 불안감 증폭, 국가 정체성에 대한 이 후보의 불분명한 태도를 자신의 출마 이유로 꼽았다. 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 후보가 정권교체를 향한 국민의 열망에 부응해 주기를 간절히 바랐다”면서 “그러나 한나라당의 경선 과정과 그 후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런 기대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이 후보의 국가 정체성에 대한 신념과 철학을 언급하며 “이 점에 대해 한나라당과 이 후보의 태도는 매우 불분명했다”고 주장했다.》
○모두 발언
이 전 총재는 자신의 앞길을 ‘험난한 가시밭길’이라고 표현하면서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에 대해서는 “돌팔매를 달게 받겠다”고 했다. “국민께 드렸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진심으로 엎드려 사죄드리고 용서를 빈다”고도 했다. 회견 도중 “두 차례의 대선에서 저를 위해 불철주야 뛰면서 헌신했던 동지들을 뒤로하고 떠난다”는 대목에서는 감정이 복받치는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전 총재는 정계 은퇴 및 불출마 약속 번복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지금 이 순간 제 인생에 있어 가장 처절하고 비장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평생을 지켜 왔던 개인적 명예와 자존심조차 다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말미에 “어떤 경우에도 정권교체라는 온 국민의 간절한 소망을 제가 좌절시키는 일만은 결코 없을 것임을 굳게 약속한다”며 이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일문일답
―사실상 경선 불복으로 평소 강조하던 원칙과 소신에 어긋나는 것 아닌가.
“그런 지적이 있는 것 안다. 그러나 저의 결심과 행동은 반드시 경선 불복을 금지하는 취지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당에 있으면서 경선이 끝난 다음에 그렇게 나온 것은 경선 불복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정말 잃어버린 10년 되찾고 정권교체 이루고, 그렇게 해서 훼손된 나라의 근간과 기초 세우는 일이 우리 국민 모두가 바라는, 가장 무거운 최고의 대의다. 그런 대의에 충실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씀드린다.”
―이명박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은….
“(출마는) 결코 보수 분열이 아니라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국민에게 왜 좌파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정권이 출현해야 하는가에 대해 확신을 들게 하려는 것이다. 우리의 대의와 최종 목표는 정권교체다. 정권교체를 위해 이 길밖에 없다는 상황이 올 때에는 살신성인하겠다.”
―박근혜 전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은…. 당선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당선하기 위해서 나왔다. 박 전 대표가 저를 지지해 주면 큰 힘이 된다. 이 나라를 구하기 위한 방향과 신념에 있어서는 박 전 대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인가 서로 뜻이 통하고 하는 날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2002년 불법 대선자금과 그 잔금 문제는….
“지금 지적한 문제를 포함해 검찰에서 이미 조사가 다 됐다. 과거 어떠한 정당 대표도 당의 정치자금 때문에 (검찰에) 자진 출두해 조사받은 적 없다. 저는 자진 출두해 모든 것이 제 책임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선거대책위원회 구성과 전략은….
“지금 아무런 조직도 없다. 처음 정치에 들어왔을 때처럼 아주 혈혈단신 혼자만으로 시작한다. 선대위도 크게 구성하지 않으려고 한다. 필요한 최소한 인원 가지고 또 아주 필요한 범위 내에서 움직일 것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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