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무소속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대통령 선거가 대선 후보 등록(25, 26일)을 불과 17일 앞두고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당분간은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1강, 2중’의 3자 대결 구도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범여권이 대선 판을 흔들기 위해 후보 단일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데다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이 어떻게 변화하느냐에 따라 현재의 구도는 바뀔 가능성이 높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향후 보름 정도가 ‘이회창 폭풍’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이 전 총재 지지율 변수=이 전 총재는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20% 내외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의 박근혜 전 대표 지지율과 비슷한 수치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 전 총재의 출마 회견 효과로 당분간 지지율이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흔히 전당대회 등을 통해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 일시적으로 지지율이 올라가는 ‘컨벤션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7일 두 신문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후보는 37.9%와 41.3%를 기록했고 이 전 총재는 24.0%와 19.9%를 각각 얻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13.9%와 11.1%를 얻었다.
그러나 다른 외부적 요인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이 전 총재의 지지율 고착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한나라당 지지자 중 유동층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 전 총재는 후보 사퇴 압력을 강하게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보수진영에서는 이 전 총재의 출마 선언으로 보수층이 분열되면서 ‘좌파정권 종식’이라는 목표가 흔들리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치컨설팅업체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이 전 총재는 두 번이나 대선에서 패배한 데다 너무 오른쪽으로 갔다. 또 본인이 평소 금과옥조처럼 말해 온 원칙에서 벗어났고 명분 축적도 안 됐다”고 말했다.
만약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후보 단일화 등을 통해 2위권으로 올라설 경우 이 전 총재의 입지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 후보가 이 후보의 지지율을 추격할 경우 이 전 총재는 출마 포기 압력을 강하게 받을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후보 등록 전에 지지율이 현재보다 크게 떨어질 경우 보수진영은 이 전 총재에게 후보 등록을 포기하도록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 변화를 가져올 변수들=범여권의 후보 단일화가 성사되면 후보들의 지지율 판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범여권 후보들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이 후보 지지율의 절반에 못 미치지만 일단 단일화가 되면 범여 성향 유권자들의 결집을 촉발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정동영, 문국현 후보가 단일화를 할 경우 대선구도가 또 재편되는데 전통적으로 한국 유권자들은 거대 정당 후보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도 변수다. 박 전 대표가 경선 승복 정신을 살려 이 후보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한나라당 내분이 해결되면서 박 전 대표와 지지 기반이 비슷한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반면 한나라당 내분이 지속되거나 다음 주 귀국하는 ‘BBK 주가 조작’ 사건의 주범 김경준 씨 수사 결과에 따라 이 후보의 독주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여론조사도 변수다. 이번 대선부터는 선거일 1주일 전까지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있기 때문에 후보등록 이후에도 지지율 변화에 따라 중도 사퇴 등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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