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총재가 박 전 대표의 대선 전 탈당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뜻이 통하는 날’을 언급한 것은 내년 총선에서의 연대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총재가 대선을 완주해 2위를 할 경우 창당을 통해 총선에서 주요 정치세력으로 부상하겠다는 생각까지 갖고 있다는 전제 하에서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이날 이 전 총재의 출마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이정현 전 대변인이 전했다.
박 전 대표는 199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회 고문으로 정치에 입문하며 이 전 총재와 인연을 맺었다. 박 전 대표는 당시 이회창 후보 지지 유세와 TV 찬조연설을 했다. 그러나 2002년 대선을 앞두고는 이 전 총재가 이끄는 당의 개혁을 요구하며 탈당했다가 8개월여 만에 복당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당시 이회창 후보가 당을 완전히 장악했을 때도 박 전 대표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며 “화학적으로 두 사람은 껄끄러운 관계”라고 말했다
이 전 총재와 박 전 대표는 현재 대구 경북(TK), 대전 충청, 50대 이상 등에서 비슷한 지지 기반을 갖고 있다. 최근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도 이 전 총재가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을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표 측 내부에선 이 전 총재의 등장으로 박 전 대표의 정치적 목소리가 커진 것을 반기는 기류와 뒤늦게 나타나 박 전 대표 지지세력을 흡수하는 ‘무임승차’에 대한 비판론이 공존한다.
그동안 이 후보 지지 활동을 하지 않았던 박 전 대표는 12일 경북 구미에서 열리는 대구 경북 필승결의대회에 이 후보와 함께 참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이 전 총재와의 연대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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