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 전 총재는 일문일답에 앞선 기자회견 말미에 “만약 제가 선택한 길이 올바르지 않다는 국민적 판단이 분명해지면 저는 언제라도 국민의 뜻을 받들어 살신성인의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지지 여부에 따라 도중에 사퇴하거나 후보 단일화를 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
이 전 총재가 언급한 ‘살신성인’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막판 이명박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후보 단일화는 이 전 총재의 여론조사 지지율에 달려 있다.
하지만 1997, 2002년 대선에서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이인제 전 경기지사와의 연대를 거부할 정도로 대선 승리보다 개인적 호오(好惡)를 분명히 드러내는 이 전 총재의 성격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 전 총재의 한 측근은 “이 전 총재는 인간적으로 보면 이 후보보다는 박근혜 전 대표와 비슷하다”고 했다. 이 후보는 2005년 10월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노무현과 이회창을 놓고 인간적으로 누가 더 맘에 드느냐 하면 노무현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때 맺어졌다고 한다. 2002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공천 과정에서 이 전 총재는 이 후보에게 공천을 주지 않으려 했지만 당시 사무총장인 이상득 의원의 설득으로 이 후보가 시장 후보가 됐다고 한다. 이 후보 측은 당시 경쟁 후보였던 홍사덕 전 의원을 이 전 총재가 내심 밀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나라당 경선 후인 8월 두 사람의 회동이 이 전 총재 측의 사정을 이유로 무산된 것을 두고도 말이 많았다. 이 전 총재가 배탈을 이유로 댔지만 실제는 이 후보가 김영삼 전 대통령만 챙기기 때문이란 관측도 나왔다.
이 전 총재가 지지율에서 정 후보를 앞서 2위를 유지할 경우 이 전 총재는 대선 이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완주할 가능성이 크다.
막판 포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이 떨어져 이 후보와의 단일화에도 큰 영향을 못 미칠 경우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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