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昌, 마라톤 막판 끼어들어 테이프 끊으려 해”

  • 입력 2007년 11월 8일 03시 02분


한나라 의원-당직자 昌 비판 한목소리강재섭 대표(앞줄 가운데)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7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경선문화와 민주주의를 파괴했다”며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 출마를 규탄하는 128명 명의의 결의문을
한나라 의원-당직자 昌 비판 한목소리
강재섭 대표(앞줄 가운데)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7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경선문화와 민주주의를 파괴했다”며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 출마를 규탄하는 128명 명의의 결의문을
■ 한나라 ‘이회창 대선출마 선언’ 총공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대권 3수 선언을 한 7일 오후 2시경 한나라당 곳곳에는 분노와 결기가 가득했다. 이명박 대선 후보는 국회 귀빈식당에서 박형준 의원 등과 이 전 총재의 출마 선언을 TV 생중계로 지켜봤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이 전 총재가 한나라당의) 국가관, 안보관에 대해 (비판적으로) 말했는데 조금 오해가 있으신 것 같다. 한나라당이 언제 좌파로 간 대목이 있었느냐”고 지적했다.

○ “대통령 병” “면벽 수양해야” “대쪽이 아닌 갈대” “썩은 단지”…

이 후보는 이날 새벽 출근길에 이 전 총재의 자택을 찾아 마지막 설득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하자 사실상 당에 총공격을 지시했다. “곧 (이 전 총재와) 만나지 않겠느냐”며 협상의 가능성을 닫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는 것.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당 중앙위원회 필승결의대회에서 “어느 누구도 한나라당을 흔들 수 없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 오후 울산 종하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성공대장정에서는 “대선으로 가는 길에 (이 전 총재와 같은) 비바람도 만난다. 하지만 정권 교체를 방해하는 것은 역사의 순리에 반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 동영상 촬영 : 동아일보 사진부 이종승 기자


▲ 동영상 촬영 : 동아일보 사진부 이종승 기자

이날 오후 소집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전 총재는 더는 한나라당 사람이 아니었다. 강재섭 대표는 “이 전 총재는 (이번 재출마로) 인간 세계를 더 얼마나 비참하고 황폐하게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오전에는 이 전 총재를 ‘꿀단지인 줄 알았는데 썩은 단지’라고 일갈했던 그는 “마라톤으로 치면 42.195km 중 41km를 달린 상황에서 갑자기 들어와 테이프를 끊으려는 것 아니냐. 어떻게 그런 분이 대법관으로 판결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강 대표는 8일 오전 별도의 기자회견을 갖고 이 전 총재에게 십자포화를 퍼부을 계획이다.


▲ 동영상 촬영 : 동아일보 사진부 이종승 기자

당 사무처 당직자들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이 전 총재는 (정계 은퇴를 번복했다는 이유로) 그렇게 비난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당을 헌신짝처럼 버렸던 노무현 대통령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라며 “국민이 대쪽 이미지로 기억해 온 이 전 총재는 결국 자신이 내놓은 원칙도 뒤집는 갈대임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 동영상 촬영 : 동아일보 사진부 이종승 기자


▲ 동영상 촬영 : 동아일보 사진부 이종승 기자

○ 昌 압박 카드 본격화

이와 함께 한나라당은 이 전 총재의 기세를 조기에 꺾기 위해 다양한 압박 카드를 준비하면서 혹시 생길지도 모를 내부 동요에도 대비하고 있다.

이 후보는 전날 밤 이방호 사무총장을 급히 불러 이 전 총재 진영에 합류할 수 있는 정치권 안팎의 인사들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17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이나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했던 인사 중 이 전 총재행을 택하는 것을 최대한 막으려는 것.

또 이 전 총재 출마의 부당성을 알리는 대국민 홍보전을 대대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이미 선거대책위원회에서는 이 전 총재의 정계 은퇴 기자회견, 불법 대선자금 사과 기자회견, 원칙을 강조한 각종 연설 등을 담은 동영상을 다양하게 편집해 준비하고 있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울산 국민성공대장정에서 “책임질 발언을 한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고 말해 박 전 대표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핵심 측근인 이재오 의원의 최고위원직 사퇴를 고민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 전 총재의 기세를 조기에 진압하기 위해서는 자기 살을 도려내 보이는 카드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울산=정기선 기자 ks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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