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구석구석에 ‘昌 파편’

  • 입력 2007년 11월 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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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출마 각 진영에 어떤 영향 미칠까

이명박 고공행진 주춤… 朴-昌연대고리 차단 비상

정동영 3위로 밀려 충격… ‘서부벨트 구상’ 찬물

박근혜 昌완주땐 지지층 뺏겨 입지축소 가능성

문국현 지지율 정체보다 ‘메달권 밖으로’ 더 당혹

이인제 충청 맹주 꿈 무산… 黨호남기반도 흔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로 다른 대선 후보들 모두 적지 않은 피해를 보았다. “창(昌) 폭탄이 터져 파편이 사방으로 튀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또 이 전 총재와 지지층이 많이 겹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이 장기적으로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명박, ‘보수 단일대오’ 깨져=이 전 총재의 출마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지지층 중 이념의 스펙트럼에서 우측 끝에 자리잡은 사람들을 주로 흔들어대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명박 대 범여권’의 ‘1대1’ 구도로 대세론을 형성해 순항하던 이 후보의 지지율은 50%대에서 40%대 초반으로 주춤해졌다.

8일 한나라당 지도부가 나서 이 전 총재를 강하게 비난한 것도 이런 비상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이날 박 전 대표 측으로부터 ‘당내 화합의 적’으로 지목됐던 이 후보의 측근 이재오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것도 박 전 대표와 이 전 총재 측의 접근 소지를 차단하겠다는 목적에서다.

이에 대해 이 전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남대문로 단암빌딩 선거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출마와 관련해 “(당에서) 험한 소리가 나오더라도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 생각해 보면 그분들도 정신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서부벨트 구상’ 무산=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측은 이 전 총재의 출마로 대선 구도에서 종속변수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에 빠져 있다. 8일 실시된 모든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가 이 전 총재에 뒤지는 3위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정 후보는 특히 호남의 전통적인 범여권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여세를 몰아 충청권 수도권을 연결해 바람몰이를 하려는 ‘서부벨트 전략’을 구상해 왔으나 이 전 총재가 강세인 충청권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충남에선 이 전 총재의 사실상 고향인 예산 지역을 중심으로 이 전 총재의 출마를 반기며 술렁대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또 서부벨트 구상의 진원지가 돼야 할 호남 지역의 지지율이 50∼60%대에 머물고 있는 것도 정 후보 측으로선 부담이다.

정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호남 지역에서 적어도 80% 이상의 지지율이 나와야만 그 영향이 수도권의 30, 40대를 움직여 지지율 순위에서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정 후보 측은 민주당 이인제 후보와의 단일화를 서둘러 호남의 전통적인 범여권 지지층을 결집시키겠다는 생각이다. 또 충남 출신인 이인제 후보의 도움을 받으면 충청권의 표심도 일부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국현, ‘메달권 밖’으로 밀려 관심 저조=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측은 이 전 총재의 출마 선언 후 이명박 이회창 정동영 3자 구도가 형성되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8일 MBC KBS YTN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는 모두 6%대의 지지율로 4위에 머물렀다.

문 후보를 지지하는 대통합민주신당의 한 의원은 “문 후보는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을 허물어 자신에게 끌어오는 역할에서 존재 이유를 찾아야 하는데 이 전 총재가 그 과실을 다 따먹었다”며 당혹스러워했다.

문 후보 측에선 또 “지지율 정체도 문제지만 이 전 총재의 출마 이후 지지율이 3위에서 4위로 내려앉은 게 더 큰 문제”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유권자가 후보를 선택할 때 ‘당선 가능성’도 중요한 판단 요소로 작용하는데 3위와 4위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인제, 충청권 맹주의 꿈 무산=민주당 이인제 후보 측은 이 전 총재의 출마 때문에 이 후보의 지역구가 있는 충청권의 지지를 토대로 입지를 굳히려던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충청권에서 강세인 이 전 총재가 출마 선언한 데다 충청권에 기반을 둔 국민중심당이 이 전 총재와의 연대 의사를 밝히면서 이 후보의 ‘충청권 맹주’의 꿈은 어그러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전남에 지역구가 있는 민주당 최인기 이상열 의원도 대통합민주신당과의 통합을 촉구하며 탈당 의사를 내비치고 있어 자칫 당의 호남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박근혜, 정치적 영향력 변화는=이 전 총재의 출마설이 나온 뒤 각종 여론조사 결과, 당 대선 후보 경선 때 박 전 대표의 지지층 60∼70%가 이 전 총재 지지로 옮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 전 총재가 대선을 완주한 뒤 패하더라도 계속 정치활동을 할 경우 박 전 대표 지지자 다수가 이 전 총재의 지지층으로 굳어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이 전 총재가 대선을 완주할 경우 당권 경쟁 및 내년 4월 총선에서 공천 문제 등을 놓고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만약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이 계속 올라가고, 만에 하나 후보 등록 시한인 11월 26일 이전에 이 후보가 후보 등록을 하지 못할 상황이 발생할 경우 박 전 대표가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대타(代打)’ 자리도 이 전 총재에게 뺏길 것 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표가 이 후보와 이 전 총재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면서 정치적 영향력 감소 방지 방안을 모색하겠지만 결국은 이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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