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앞 총선까지 무한 생존게임

  • 입력 2007년 11월 9일 03시 01분


원칙-상식 실종된 정파간 공천주도권 경쟁 치열

昌 출마-범여권 통합 추진도 ‘생존공간 확보용’

후보 등록을 16일 앞둔 대선 정국이 탈당과 대국민 약속 파기, 후보 간 합종연횡 추진 등 유례없는 변칙과 혼란에 빠진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대선 4개월 후에 치러질 내년 4월 총선에서의 세력 확대를 겨냥한 정파 간의 이해 충돌이 원칙과 상식에 입각한 대선 레이스를 실종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민주당 이인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추진하고 있는 범여권 후보 단일화의 가장 큰 걸림돌도 총선 공천권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의 지지율을 보면 범여권이 후보 단일화를 하더라도 대선 승리가 쉽지 않은 실정이어서 각당이 총선에서의 생존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박상천 대표와 대통합민주신당 김한길 의원이 7일 회동해 후보 단일화 논의를 가속화하기로 한 것도 정동영, 이인제 후보의 각개약진으로는 대선승리는커녕 내년 총선도 치르기 어렵다는 당내 압력에 따른 것이다.

또 국정 실패의 한 축인 열린우리당을 해체하고 급조한 대통합민주신당 내에서는 대선 패배 시 당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대선후보 경선 때 정 후보에게 “친구라고 부르지도 말라”며 부정·동원 경선 공세를 퍼부었던 이해찬 전 국무총리나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당 울타리 안에 머물고 있는 것도 대선 후 1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장악해 총선 공천권을 쥐겠다는 ‘동상이몽’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정계 은퇴 번복과 사실상의 경선 불복이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탈당과 무소속 출마라는 무리수를 둔 것도 대선 이후 총선 정국에서 활동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이 전 총재 측 이흥주 특보가 7일 “한나라당이 경선 이후 화합하지 못하고 분열되는 기미가 보도되면서 많은 국민이 걱정하게 됐다”며 이 전 총재의 출마 이유를 설명한 것은 공천 탈락의 불안을 느끼는 한나라당 내 ‘친박근혜’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 전 총재의 선거 캠프에 강삼재 전 부총재 등 한나라당에서 공천이 배제된 인물이나 총선을 노리는 보수성향 정객이 몰려들고 있는 것도 대선판이 총선무대로 나서기 위한 징검다리로 변질될 수 있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캠프가 최근 대선 선거대책본부를 구성하면서 총선에 출마할 지역책임자 중심으로 충원하고 있는 것도 정치예비군들과 대선후보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케이스로 볼 수 있다.

8일 이재오 최고위원의 사퇴로 이어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진영과 박근혜 전 대표 측의 당내 갈등도 본질은 대선 이후 본격화될 총선 공천권의 주도권 다툼이라는 지적이 당내에서 일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결국 내년 총선에 대한 의원들의 불안과 상반된 이해관계가 대선구도의 불안정과 혼란을 유발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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