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불개입’ 朴측 요구 사실상 수용

  • 입력 2007년 11월 12일 03시 00분


이명박 “당헌 당규따라 총선 치를 것… 당선되면 대통령 업무에만 최선”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가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 선언 후 사흘간의 장고 끝에 11일 ‘박근혜 끌어안기’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당 내홍에 대한 반성, 박 전 대표 정치 파트너로 예우, 내년 총선 공천 불개입 등 박 전 대표 측이 지금까지 요구해 온 핵심 사항이 대부분 포함됐다.

이 후보는 이 전 총재에 대해서는 “정통성 있는 정당의 후보가 정권을 교체하는 것은 역사의 순리”라며 사실상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 “당 내 갈등은 내 탓”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원고 순서를 바꿨다. 그는 이번 대선의 중요성을 언급하기 전 “국민은 (나에게) 50%가 넘는 지지를 보내 주셨다. 그럼에도 최근 이 전 총재가 탈당해 출마하는 일이 발생했고 한나라당은 경선 이후 오늘까지 진정한 화합을 이루지 못했다”며 “이 모든 점은 내가 부족했던 탓”이라고 말했다.


▲ 동영상 촬영 : 김동주 기자


▲ 동영상 촬영 : 김동주 기자

그는 “경선이 끝난 지금 (박 전 대표 측에 대해) 따뜻하고 진정한 배려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제 더 열린 마음으로 더 낮은 자세로 다시 시작하겠다. 소통의, 마음의 정치를 펼치겠다”며 사실상 박 전 대표 측에 사과했다. 당 내에서는 지금까지 ‘승자 독식’이라는, 기업식 역학 메커니즘에 익숙했던 이 후보가 최근 위기 상황을 계기로 정치의 속성을 이해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 후보는 또 “박 전 대표와 함께 정권을 창출하겠다”며 그의 위치를 ‘정치적 파트너’로 규정했다. “박 전 대표의 정치적 리더십과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우선 당 내 의견을 수렴하고 숙의할 수 있도록 박 전 대표와 강재섭 대표가 참석하는 ‘정례 회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주요 선거 현안을 박 전 대표와 의논하겠다는 예우인 동시에 자신과 손잡고 이 전 총재의 기세를 꺾어 달라는 부탁이기도 하다.

○ “대선 후에도 박 전 대표와 국정 협의”

이 후보는 또 박 전 대표 측이 강조해 온 ‘화합의 진정성’을 위해 “박 전 대표와 정권 창출 이후에도 주요한 국정 현안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 시절 만든 당헌 당규에 따라 내년 총선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언급은 이를 더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헌대로 강 대표의 임기(2년)를 보장하고 대선 후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지도부 교체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

또 이 후보 자신은 당선되면 “대통령 업무에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혀 당무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전 대표 측은 대선 후 이재오 전 최고위원 등 이 후보 측 인사들이 당을 장악해 내년 총선 공천을 좌우할 것으로 우려해 온 게 사실이다.

한편 이 후보는 귀국을 앞둔 ‘BBK 주가조작 사건’의 김경준 씨와 무관하다는 점을 거듭 밝히면서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주력했다. 일각에서는 김 씨 귀국 후 이 후보의 지지율이 더 빠질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박 전 대표가 선뜻 이 후보 지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 후보는 “범여권이 한 범죄자의 입에 모든 것을 걸려는 비정상적 상황이 참으로 안타깝다”며 “BBK 사건과 관련해 제가 문제가 있다면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라도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 동영상 촬영 : 김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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