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대표단, 화려하게 치장된 ‘W워커힐’ 숙소 마다해
■ 남북 총리회담 첫날
15년 만에 재개된 남북 총리회담 첫날인 14일 오후 남북 대표단은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1차 전체회의를 열고 ‘2007 남북정상선언’의 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분야별 사업과 추진 일정 등에 대한 본격적인 협의를 시작했다.
첫날 회의에서 남북은 개성∼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의 개보수 및 공동 이용, 개성공단 활성화를 위한 경의선 문산∼봉동역 구간의 화물 수송을 신속하게 실시한다는 데 대체적으로 공감했다.
남측은 특히 기조발언 직후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을 위한 △공동어로수역 설정 △민간선박의 해주 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 이용 등 5개 사업의 추진 구상을 상세히 설명했다.
반면 북측 단장인 김영일 내각총리는 경협 관련 내용을 항목별로 설명하기에 앞서 “통일 지향적인 법 제도 정비 등을 실천에 옮기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이어 △국가보안법 철폐 △참관지 제한 철폐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 등 이른바 ‘근본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16일 김 총리 등 북한 대표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환송 오찬을 함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 수석대표인 한덕수 국무총리도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기 때문에 (남북 정상의) 합의만으로는 안 되고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이고 제대로 된 이행 합의를 이뤄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환영 만찬으로 이어져 양측 총리는 만찬이 끝난 뒤 서로 포옹하기도 했다.
환영 만찬에 참석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나도 남북회담을 많이 해봤지만 이렇게 기분 좋은 회담 첫날 환영 만찬은 처음이다”고 말했다.
○…당국자들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비해 국민의 관심이나 언론사의 취재 열기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 관심이 온통 대통령 선거에 쏠린 탓인지 이번 회담을 취재하겠다고 등록한 기자는 내신 370명, 외신 190명 등 560여 명이지만 첫날 프레스센터를 찾은 기자는 내신 180여 명, 외신 70여 명 등 250여 명에 그쳤다.
북측의 한 회담 관계자는 “취재 열기가 예전에 비해 못한 것 같다”며 “다들 대선에 정신이 팔린 모양”이라고 말했다.
○…북측 대표단은 회담 기간에 머무를 숙소로 W워커힐이 아닌 워커힐 호텔을 고집했다. 북측은 사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젊은층에 초점을 맞춰 화려하고 파격적으로 꾸며진 W워커힐을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많다.
북측 관계자는 호텔이 전체적으로 조명이 어둡고 형광색과 울긋불긋한 조명이 많은 점을 지적하며 “무도장 같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북측 대표단은 워커힐호텔 16, 17층을 사용하며 김 총리가 쓰는 아메시스트 스위트룸은 하루 사용료가 300만 원이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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