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부회장은 이날 인도 첸나이 TV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뒤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 직후 연합뉴스 기자에게 이같이 밝히고 “반도체나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공급받는 업체들은 ‘혹시 삼성 제품 공급에 차질이 없느냐’며 걱정하는 질문을 많이 해 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특히 고유가와 달러 약세가 지속되고 세계경제의 중심이 미국에서 중국과 인도 등으로 이동하면서 경제의 불투명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회사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도 모자랄 판인데 이런 일(비자금 의혹)이 생겨 안타깝다”고 했다.
윤 부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이번 사건이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국제적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줘 결국 영업상의 피해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에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김 변호사 폭로의 진위 문제에 대해서는 “그를 상대할 기회가 없었기에 잘 모른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삼성이) 그렇게 했겠나’하는 생각이 든다. 절대 그랬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윤 부회장은 “왜 그(김 변호사)가 그런 방식을 택했는지 모르겠다”며 “(만약 김 변호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자신이 회사 다닐 때 그것을 못하게 하는 게 법무실에 있는 사람이 해야 할 일 아니냐. 그런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회사를 곤경에 빠뜨려도 되느냐”고 말했다.
이어 대북 사업과 관련해 “첫 번째 전제조건으로 투자 수익의 회수가 보장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윤 부회장은 인도 현지에서 최지성 정보통신총괄 사장, 박종우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과 각 지역총괄 사장 등이 참석한 글로벌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인도 정부 관계자와 거래처 등을 접촉한 뒤 델리와 네팔 카트만두까지 둘러보고 귀국하는 길이었다.
한편 삼성그룹은 최근 주력 계열사들의 임원 등을 통해 직원들에게 “결국 진실이 밝혀질 것이므로 동요하지 말고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연합뉴스
▼昌 “삼성 특검 정략적 이용 안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15일 범여권과 한나라당이 각각 추진 중인 ‘삼성 비자금 특별검사 법안’에 대해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정략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면 해선 안 된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이혜연 대변인이 전했다.
법안 추진 의도에 따라 찬반 의견이 달라질 수 있다는 원론적인 생각을 표명한 것이지만 삼성의 불법 정치자금 문제에 얽혀 피해를 볼 가능성을 우려해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의 특검법안은 ‘1997년 이후 삼성의 정계 로비’를, 한나라당의 특검법안은 ‘2002년 삼성의 대선자금 제공’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총재는 1997년과 2002년 대선의 한나라당 후보였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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