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수석대표인 김영일 내각총리는 이날 종결회의에서 “온 겨레가 지켜보는 가운데 그야말로 옥동자를 만들었다고, 낳았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김 총리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10·4 정상선언이 빈 종잇장이 돼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했다.
▽연내 22개 남북행사 열려=정부는 이번 달과 12월에 하루가 멀다 하고 열리게 될 크고 작은 남북회담을 통해 정상선언 이행에 되돌릴 수 없는 ‘대못질’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부나 북한이나 모두 다음에 보수 정권이 들어설 것으로 생각하고 ‘몰아치기’식으로 합의한 것 같은 느낌”이라며 “북한으로서도 차기 정부에 ‘합의사항을 지키라’는 요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합의에 신축적으로 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추진한 의제와 사업의 실제 이행은 내년에 새 정부가 출범한 뒤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현 정부가 임기 내에 이벤트성 행사 만들기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이번 회담에서 내년 상반기에 착수하기로 정한 △개성∼평양 고속도로 및 개성∼신의주 철도 개보수 △안변지역 선박공장 건설 △개성공단 2단계 개발 등은 모두 상당한 재원이 필요한 사업이다.
▽‘추상적인 너무나 추상적인’=정상선언의 합의내용을 구체화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추상적인 부분이 많다.
개성공단 통행시간을 15시간으로 늘리는 데 합의했지만 그 시간 안에 자유로운 왕래가 보장될 것 같지는 않다. 현재로서는 비무장지대의 출입을 관할하고 있는 유엔군사령부나 북한 군부의 동의 여부가 불투명하다.
‘무선전화’ 사용 합의도 정부의 희망처럼 휴대전화 사용이 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KT 관계자는 “휴대전화라기보다는 개성공단 내에서 선 없이 사용하는 유선전화 단말기(일종의 워키토키)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번에 만들어진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추진위원회 등 3개 공동위원회의 남북 위원장은 누가 될지, 이들 위원회 산하에 만들기로 한 10여 개 분과위원회의 업무 분장이나 관계 정립은 어떻게 할지도 이제부터 논의를 해야 한다.
▽‘경제회담’이 된 총리회담=최고위급 남북대화 채널을 자임했지만 결국 경제회담에 그쳤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군사분야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못했음은 물론 정상회담에서 위임한 정치 분야에 대한 합의도 미흡했다.
정상선언 4조에는 종전선언을 위한 협력과 핵문제 해결을 위한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의 순조로운 이행을 위한 공동노력이 포함됐지만 이번 총리회담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를 전혀 하지 못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정상선언에 이미 확실하게 방향과 과제와 내용이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대로 추진되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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