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는 무거운 공공개혁 과제를 떠안게 됐다. 현 정부가 강행한 공무원 증원, 기구 확대, 공기업 확장과 방만 경영, 위원회 증설, 행정규제 남발 같은 공공부문 비대증(肥大症)을 치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선을 한 달 남겨 둔 시점까지 후보들은 구체적인 공공개혁 공약을 다 내놓지 않았다. 아직까지 진지한 토론도 없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지난 주말 56개 정부 부처를 10여 개로 통폐합하고 공기업 민영화와 경영효율화를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방향은 대체로 옳지만 공무원 수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한 것은 잘못이다. 현 정부의 6만5000명 증원을 인정하겠다는 것으로 정부 비만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보인다. 예산 10% 절약을 약속했지만 구체적 행동계획이 필요하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어제 경제정책을 말하면서 250만 개의 좋은 일자리 창출을 거듭 밝혔지만 공공개혁 구상은 내놓지 않았다. 지난달 “위원회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는 노 정부를 뜯어고치겠다”고 말했지만 복지 등과 관련해 현재의 ‘큰 정부’를 받아들이는 태도여서 그에게서 공공개혁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제대로 된 공공개혁 공약을 내놓고 평가받아야 한다.
공공부문 개혁은 집권 초기에 추진해야만 가능하다는 게 선진 민주주의 국가의 공통된 경험이다. 국민이 네거티브 공방에만 정신이 팔려 정책 선거는 실종된 듯하다. 유권자들은 공공부문 관련 공약을 특히 자세히 들여다보고 후보들에게 좀 더 구체적인 공공개혁 공약을 요구해야 한다. 공공부문 종사자들이 세금을 낭비하고 성과급 잔치를 벌이며 신이 내린 직장에서 즐길 때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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