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6·15 기념일 제정은 난센스다

  • 입력 2007년 11월 19일 03시 01분


노무현 정부가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일을 기어코 ‘국가기념일’로 만들려는 모양이다. 통일부는 그제 “6·15 기념일 제정을 위해 12월 3일 공청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10·4 남북 정상회담과 지난주의 남북 총리회담 합의문에 따라 6·15를 ‘민족 공동의 기념일’로 제정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려는 것이다. 정부는 형식적인 공청회를 마치고 나서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곧바로 기념일 제정 및 공포를 마무리 짓기 위한 수순을 착착 밟아 가고 있다.

6·15 기념일 제정은 다른 정상회담 합의 사항과 그 성격이 다르다. 개성공단이나 해주공단과 같은 차원에서 바라볼 일이 아니다. 아무리 좋게 봐 주더라도 6·15 공동선언은 아직 역사의 평가가 끝나지 않은 미완(未完)의 선언이다. 김대중(DJ) 정권의 공(功)이 될지, 과(過)가 될지 현재로서는 단언하기 어렵다. 민족 화해의 기념비적 사건이라고 하지만 6·15 선언 이후 북은 몇몇 이벤트를 제외하고는 진정한 화해와 거리가 먼 태도로 일관했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는 물론이고 우리 장병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해 도발을 보더라도 그렇다.

6·15의 국가기념일 지정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물론이고 우리의 통일 방안과 직결될 수 있는 상징적 사안이다. 6·15 공동선언은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키로 했다”고 명시했다. 북은 이를 두고 “고려연방제 통일을 위한 장전(章典)이며 김정일 장군님의 현명한 영도로 이룩한 위대한 업적”이라고 선전한다.

‘남측의 연합제’는 국민적 동의나 국회의 초당파(超黨派)적 지지를 받은 바도 없다. 어디까지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개인적 구상일 뿐이다. 그런 6·15를 광복절 개천절 같은 ‘겨레의 기념일’로 인정할 수는 없다. 국가기념일 제정은 정권 말기에 김 위원장과 DJ에게 마지막 선물이라도 하듯 가벼이 다룰 사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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