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차단하는 발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전 총재는 20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단암빌딩 캠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나라당에 대해 ‘이제 그거 가지고 확실히 된다고 믿는 거냐. 가당치 않다’는 민심을 읽었다”며 “저에게 지지를 보내 주시면 확실한 정권교체가 되고 보수진영의 분열과 갈등은 전혀 걱정할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후보의 위장전입과 자녀의 위장취업 탈세 문제의 심각성을 거론하면서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이 후보 사이가 치열해져 혹시 아주 잘못된 방향으로 지나치게 갈까 봐 제가 네거티브에 빠지는 것을 경계한 적이 있었으나 박 전 대표가 이 후보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던 심경이 이해가 간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엔 최근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한 박 전 대표에게 다시 한번 ‘러브콜’을 보내는 한편 이 후보에 대한 자신의 네거티브 공격을 합리화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재 측 이혜연 대변인은 전날 이 후보가 방송기자 클럽 초청 토론에서 “(이 전 총재와의 단일화를 위한)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한 데 대해 20일 논평을 내고 “도덕적 결함이 있는 분을 국가 지도자로 모시고 싶지 않다. 문은 저희가 열어 놓겠다”고 반박했다.
이 전 총재 캠프 내에선 BBK 주가조작 사건의 여파로 이 후보의 지지율이 빠질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 전 총재가 시간이 지날수록 이 후보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이면서 이 후보로의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이날 뉴라이트국민연합 북한민주화운동본부 자유미래수호연합 등 30개 보수단체는 이 전 총재 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총재 지지를 선언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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