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 융합 위해 정부기능도 통합-단순화
시장중심으로 통신규제 완화 통신비 내릴 것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는 20일 “방송과 통신 분야의 정부 기능 조정은 현 정부의 공약이었지만 사실상 방치되면서 5년 늦어졌다”며 “새 정부 인수위원회의 최우선 과제로 정부의 기능 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경련회관 경제인클럽에서 동아일보와 한국정보산업연합회 등 10개 정보기술(IT) 단체의 공동 주최로 열린 ‘2007 대선 후보 초청 IT 정책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21일에는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이 포럼에 참석한다.
○기능 조정으로 ‘작은 정부’ 구현
이 후보는 현 정부에 대해 “과거 산업화 시대의 기능이 그대로 남아 공무원 수만 많아지고 기업에 대한 간섭은 늘어났다”고 진단했다.
그는 “IT 산업이 서로 융합되고 있는데 정부 기능은 아직 각 부처에 나뉘어 있다”며 “새 분야가 나오면 이곳에 사람을 늘리면서, 기존의 인력도 그대로 두는 바람에 부처 이기주의에 따른 비효율과 공무원 수만 늘어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기 정부는 기능을 통합, 단순화해 최소한의 감독 기능만 하고 나머지는 기업의 도우미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현재 방송과 통신이 융합돼 미래 산업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것은 부처 간 이기주의 탓이 크다”며 “이를 극복할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터넷(IP) TV 문제는 한나라당이 주도해 이번 국회 회기 중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며 “이해 당사자 간의 의견조정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중소기업과 소프트웨어에 집중
이 후보는 이날 IT 분야 정책 공약인 ‘IT 7대 전략’을 내놓으면서 “지금까지는 대기업 중심, 하드웨어 중심의 성장을 해 왔다면 이제는 중소벤처기업과 소프트웨어 부문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IT 중소벤처기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 이들을 국가 경제의 중추를 담당하는 ‘강한 다수(多數)’로 육성하겠다”며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고급인력 1만 명, 전문인력 10만 명을 양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일자리 수뿐 아니라 질을 높이는 데 정부가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인재 양성과 관련해 “우리가 IT 강국이라고 하지만 한국으로 IT를 공부하러 오는 외국인이 없다. 교육 수준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하향 평준화 교육으로는 IT 분야의 고급 두뇌를 양성할 수 없으니 고등학교부터 우수한 학교를 많이 만들고 대학은 자율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고급 두뇌를 외국에서 들어오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이민법을 전향적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전체적으로 이런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IT 활용해 사교육비 경감
이 후보는 인터넷으로 TV를 시청하는 IP TV를 통해 저렴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교육비를 경감하고 통신 규제를 완화해 통신비를 인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그는 “교육방송 프로그램의 수준을 대폭 향상시키고 언제, 어디서, 누구나 저가(低價)로 맞춤형 교육서비스를 받도록 해 획기적으로 사교육비를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또 “통신시장의 규제를 시장 중심으로 전환해 낮은 요금과 최고의 품질을 동시에 제공하는 통신 서비스가 가능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패널명단
▽사회
김동욱(서울대 교수) ▽토론자
금기현(전자신문 대표이사)
김성근(중앙대 교수)
이병기(서울대 교수)
임주환(광운대 석좌교수)
최헌규(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회장)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난 소프트한 남자”▼
“청계천처럼 대운하도 IT 집합체 될 것”
“기업에 있을 때 하드웨어를 많이 해서 (저를) 하드(hard)하다고 생각하는데, 머리는 소프트(soft)합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20일 대선 후보 초청 정보기술(IT) 정책포럼에서 이렇게 말문을 떼면서 자신의 IT 이미지를 부각했다. 건설업체 최고경영자(CEO)나 청계천 복원 등에서 연상되는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강한 정치 지도자임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대표적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많은 분들이 (그것을) 19세기 토목공사라고 하는데 19세기적 발상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하는 것 같다”며 “그것은 첨단 IT 산업의 종합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 최고 수준인 조선 토목 기술에 운하를 제어하는 최첨단 정보기술이 결합하면 ‘과학적 종합적 대운하’가 생길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또 그는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 추진한 ‘청계천 복원’이나 ‘서울시 대중교통 체계 변화’는 사실 단순한 하드웨어가 아니고 첨단 정보기술이 없으면 안 되는 정보기술의 집합이었다”며 “이것들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잘 결합돼 이룬 성과”라고 말했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현 정부의 IT 정책과 관련해서 ‘실천’보다 ‘말’만 많다는 비판적 시각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그는 ‘유비쿼터스 도시(U시티) 정책에 대해 “전부 말은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U시티가) 말로만 오다가 말로 사라질 수도 있다”고 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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