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의 분야별 주요 정책 공약을 정리하기 위해 취재진이 담당자를 찾으면 서로 ‘잘 모르겠다’며 핑퐁 식으로 떠넘기다 결국 공란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뒤늦게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대선에 뛰어든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측은 5년 전 한나라당 대선 후보 시절의 공약을 업그레이드해 내놓겠다고 밝혔을 뿐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2002년 대선 때의 후보단일화 기억에 사로잡혀 지난 5년간의 실적과 미래에 관한 구체적 비전과 능력 검증 대신 탈당 합당 등 합종연횡, 그리고 ‘네거티브 한방’으로 막판 승부를 보겠다는 도박적 선거심리가 횡행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후보 등록을 일주일 앞두고 원내 제1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은 대부분의 브리핑과 논평을 ‘BBK 주가조작 사건’의 김경준 씨 국내 송환과 아내 이보라 씨의 로스앤젤레스 기자회견, 누나 에리카 김 씨의 일부 언론 인터뷰 등에 매달렸다.
한나라당은 분야별 세부 공약은 발표했으나 전체 공약을 총괄하는 공약집은 아직 내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공약집을 유료 판매해 정책을 제대로 알려 당당하게 표를 얻을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공약집 발간을 미룬 채 ‘대세론’이 흔들리지 않을까 주요 당직자들이 총동원돼 ‘사기꾼과의 전쟁’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무소속 이회창 전 총재 측과 창조한국당, 민주당, 민주노동당도 정도 차이는 있으나 ‘BBK 한방’으로 막판 선거판도가 바뀌기를 열망하며 공방전에 가세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후보들이 분야별 현장을 찾아 내놓은 공약 가운데는 구체적인 예산 뒷받침이나 실행 가능성은 따져보지도 않았거나, 상호 모순되는 공약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매니페스토(참공약 선택하기) 운동은 유명무실화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2일 발표한 전국 성인남녀 1500명 대상 유권자 의식조사 결과 응답자의 69.6%는 대선 분위기에 대해 ‘깨끗하지 못하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제1주범으로 상호비방과 흑색선전을 지목했다.
한국 매니페스토 실천본부는 최근 주요 후보들에게 “분야별 정책 공약을 담은 매니페스토 공약집을 25일까지 발표하라”고 촉구했지만 네거티브의 수렁에 빠져 있는 각 당과 후보들이 얼마나 성실하게 응답할지는 미지수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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